조회수 21 등록일 2025-10-24 좋아요 0
지금 가장 논쟁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로 한국문학장에 반가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작가 이희주의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단편은 낯설고 기괴하며 그래서 슬픈 욕망을 다루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작가가 그 모든 것을 소설 속에서 항유해도 좋을 대상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금단의 욕망을 다루는 죄를 쓰는 이로서 책임지고 대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읽는 이로서 인간 내면의 어두운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탐방하기만 하면 된다. 어느 순간에는 책 속에서 자기 자신의 비밀스러운 욕망을 닮은 마음을 발견하고 조용히 기뻐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희주의 인물들은 미적 감식안이 극도로 발달되어 있고, 그로 인해 점차 피폐해져간다. 그들의 기준에 스스로가 그다지 아름답지 않기에 자신의 몫으로 남겨야 마땅할 최소한의 사랑마저 아름다운 타인에게 쏟아붓기 때문이다. 그 예민한 감식안을 충족시키는 상대는 극히 드물고, 이희주의 인물들은 세간의 시선에 사랑의 대상으로 부적절하게 여겨지는 존재마저도 갈구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소설은 자기 파괴와 세계의 파국을 향해 치닫는데, 그 흐름에 작가의 유미주의적 작품관과 수려하고도 독창적인 문체가 어우러져 폭발적인 시너지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