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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2026 힐링하는 글쓰기] 민경: 배달앱 살인사건

조회수 10 작성자 아이**04 등록일 2026-08-07 좋아요 0

도서명2026 힐링하는 글쓰기 작품집: 마음이 빛이 될 때

저자권희정, 김영락, 민경, 수연, 안시아, 엄다솜, 이민혁, 정솔, 정명섭

출판사실로암점자도서관

[소설] 배달앱 살인사건

 

처음엔 단순한 악성 리뷰인 줄 알았다.
“여기서 주문하면 죽어요.”
같은 문장이 반복해서 올라왔다.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심지어 문장 끝의 마침표 위치까지 완벽하게 같았다. 신고는 꾸준히 들어왔고, 시스템은 자동으로 리뷰를 블라인드 처리했다.
그게 끝이었다.
하지만 그 리뷰가 달린 가게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고객이 죽는다.’
며칠 전 야근할 때 일어난 일이 이렇게 서진과 태오를 무너뜨릴 거라고는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배달앱 데이터 전문가인 그녀는 앱 분석팀에서 데이터 이상 징후를 담당하는 일을 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아니고 숫자를 보고, 패턴을 찾고, 이상 징후가 뜨면 제거하는 게 그녀의 주요 일이다.
서진은 그날도 야근으로 출출한 배를 위해 배달앱을 켰다.
이리저리 배달앱을 보며 가게 리뷰를 읽던 중 이상한 리뷰를 발견했다.
“여기서 주문하면 죽어요.”
서진은 계속 리뷰를 내려가며 훑어보았다.
그 리뷰와 같은 글이 몇 개 더 있었다.
그 리뷰를 캡처한 서진은 배달앱을 닫고 선배 태오에게 문자를 보냈다.
“선배. 혹 자는 건 아니죠?”
태오에게서 바로 답이 온다.
“응, 아직 안 잤어. 서진 씨는 안 자고 뭐해?”
“전 아직 회사예요. 남은 일이 있어서요.”
“지금이 몇신데? 일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냐?”
서진은 답을 쓰려다 말고 고민을 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강태오.
선배 전화다.
서진은 조용히 전활 받았다.
“여보세요?”
“시간이 12시가 다 되가는데 내일 출근은 어찌하려고?”
태오의 나긋한 목소리에 서진은 고민을 접었다.
“선배, 내가 좀 전에 이상한 걸 봤는데요. 선배 도움이 필요할 거 같아서요.”
태오는 계속 말하라는 듯 조용히 서진의 말을 듣고 있었다.
“어느 한 가게 리뷰에 이상한 리뷰가 반복적으로 달려 있어서 캡처를 해놨는데요. 선배가 좀 봐줄 수 있나 해서요. 아무래도 좀 찝찝해서요. 우리 회사 앱이어서 더 신경이 쓰이네요.”
가만히 듣던 태오가 말했다.
“그래 우선 어떤건지 내가 좀 볼 테니 캡처한 거 보내줘. 그리고 얼른 들어가. 내일 또 일해야 하니까.”
서진은 고맙단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은 후 태오에게 아까 캡처한 배달앱 리뷰 사진을 보냈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었다.
집에 가기는 좀 그렇고 여직원 휴게실에서 오늘도 자야겠다 싶어 서랍에서 양치컵과 칫솔을 챙겨 화장실로 향했다.
회사 안은 적막했다. 불 꺼진 사무실은 비상구 불빛만 간간이 비추고 빛이라고는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어느 부서인지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서진은 자기처럼 야근을 하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태오는 출근하자마자 서진을 찾았다.
“선배? 커피 드실래요?”
서진은 커피를 들고 오며 태오에게 내밀었다.
“아니 난 빈속이라, 그런데 서진 씨, 회사에서 잔 거야?”
서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넘 늦어서 집가기도 그렇고 해서 휴게실에서 잤어요.”
태오는 그런 서진이 대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서진 씨가 어제 캡처한 사진도 보고 배달앱도 들어가서 봤는데 서진 씨가 말한 것처럼 한 가게만 이런 리뷰가 달린 게 아니었더라구.”
서진은 커피 한 모금을 더 마시다 사래가 걸린 듯 쾍쾍 거리며 말했다.
“그럼요? 또 그런 리뷰가 있다는 거예요?”
태오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에는 짧고 반복적인 문장. 오타도, 감정도 없고 누군가 장난으로 복사해서 붙인 것처럼 보였거든. 그런데 그 리뷰는 하나의 가게가 아니라, 여러 가게에 흩어져 있었어. 공통점은 단 하나, 같은 배달앱. 우리가 만드는 배달앱에서만 그런 리뷰가 달려 있었어.”
서진은 눈이 점점 커지며 말했다.
“그럼 같은 가게라도 다른 배달앱에는 없는 그 이상한 리뷰가 우리가 만드는 배달앱에서만 있다는 거죠?”
“응. 어제 잠시 본거지만 그런 것 같아.”
서진도 심각해졌다.
그렇게 서진과 태오는 잠깐 얘기를 나누고는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때, 팀장님이 허겁지겁 들어와 다들 회의실로 들어오라 했다.
서진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팀장은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오늘 아침부터 계속 민원 문의가 들어와서 콜센터가 폭주 상태라는데 여러분들 무슨 상황인지 알고 있습니까?”
서진은 차마 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슬쩍 태오 쪽을 본 서진은 다시 팀장 말에 집중했다.
태오 역시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팀장은 화가 난 듯 얼굴이 벌겠다.
“아니! 여기서 주문하면 죽어요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그럼 우리 배달앱에서만 주문하면 죽는거냐고! 개발자분들 말해보세요!”
팀원들은 핸드폰을 꺼내 배달앱을 실행해서 확인을 하고 있었다.
그때 태오가 조용히 일어났다.
“팀장님.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뭡니까? 말해 보세요.”
서진은 태오를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태오는 담담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도 어제 그 리뷰를 우연히 발견해서 조사를 조금 해 보았는데요. 리뷰를 시간순으로 정렬해 본 결과, 이상한 패턴이 보였습니다.”
팀장은 계속 말하라는 듯 태오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모든 ‘죽어요’란 리뷰는 특정 시간대 주문에만 달려 있었습니다. 밤 11시 40분부터 정확히 12시 사이에만 댓글이 달렸어요.”
팀장은 더 말하라는 듯 눈은 태오를 재촉헸다.
“제가 조사한 건 딱 여기까지입니다. 이상해서 조사해 본 건데 조사를 할 수록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태오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태오 씨가 그래도 발견해서 작은 불씨를 찾아낸 거 같네요. 여러분도 강태오 씨처럼 오늘부터 그 리뷰가 왜 적혀있는지 조사하세요. 시간은 일주일을 드리지요. 이유를 찾는 팀원에게는 금일봉이 있을 예정이니 빠른 시간내로 이유를 찾아보세요. 이러다 고객들은 다른 배달앱으로 이동하게 될까봐 위에서들 걱정이 많습니다!”
팀장은 다른 사람들은 나가보라는 듯 손을 내젓는다.
그러고는 태오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서진은 회의실을 나와 자기 책상으로 가 앉고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팀장과 태오는 회의실에 둘만 남은 채 서로 눈싸움하듯 보고만 있다.
입을 뗀 건 태오쪽이었다.
“팀장님. 하실 말씀이 있으셔서 남으란 거 아닌가요?”
팀장은 그제서야 태오를 보며 말했다.
“아, 미안합니다. 아까 한 얘기 더 깊게 듣고 싶어서 잠깐 남으라 한 겁니다.”
태오는 가만히 팀장을 응시하며 말했다.
“아까 말씀드린 게 다입니다.”
팀장은 좀 아쉬운 듯 턱을 만지며 태오를 바라봤다.
“그래도 태오 씨 덕분에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아 다행입니다. 다른 사람들보고 조사를 해보라했지만 그래도 태오 씨만 믿습니다.”
태오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팀장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팀장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팀장은 태오에게 더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뭔데요. 말해보세요.”
태오는 한 템포 숨을 고른 후에 입을 열었다.
“이 일에 관해서 저와 윤서진 씨만 조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팀장은 태오말에 흥미를 가진 것 같았다.
“그 문제의 리뷰도 윤서진 씨가 먼저 발견해서 저에게 조언을 구한거구요. 또 이 일을 모든 앱 개발자가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 일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팀장은 태오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말했다.
“태오 씨 말대로 합시다. 사공이 많아봤자 뜬 소문만 더 날꺼고, 강태오 씨랑 윤서진 씨 둘이서 조용히 해봐요. 다른 일들은 다른 팀원들에게 맡기고. 내가 사내 메신저에 공지하겠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내에 해결해야 합니다.”
서진은 자꾸 회의실 쪽으로 눈이 갔다.
그때, 팀장과 태오가 회의실에서 나오며 둘은 악수를 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서진은 그제야 핸드폰으로 태오에게 문자를 남겼다.
“선배. 팀장님이 뭐라 하세요?”
태오도 컴퓨터를 보다 문자 소리에 폰을 꺼내 본다.
“서진 씨랑 나랑 둘이 이 일 조사하기로 했어.”
서진은 너무 놀라 자기도 모르게 크게 말을 해 버렸다.
“우리 둘이요?”
옆에 있던 직원과 주위에 몇몇 직원들이 서진이를 쳐다봤다.
서진은 죄송하다는 듯 목례를 하고 다시 태오에게 문자를 남겼다.
“우리 둘이요?”
“응. 일주일 안에 해결하래..”
서진은 한숨이 나왔다.
“일주일 안에 찾을 수 있을까요?”
태오는 서진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입모양으로 말했다.
“찾아야지. 잘못하면 우리 회사 큰일 날 것 같은데.”
서진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때 회사 메신저 창에 공지가 떴다.
‘알립니다. 요번 리뷰 사건프로젝트는 앱보안 설계분석팀 강태오 대리와 데이터 분석팀 윤서진 사원이 하기로 했습니다. 회사 보안이니 철저히 보안에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서진은 태오에게 다시 문자를 남겼다.
“선배. 이거 해결 못하면 우리 짤리는 거겠죠?”
“짤리지 않게 지금부터 열심히 파헤쳐봅시다.”
태오는 문자를 보내고 서진쪽을 돌아보며 윙크를 했다.
서진은 긴 한숨만 나올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퇴근을 하는데 서진과 태오는 회사에서 야근중이다. 서진은 문제의 리뷰가 달린 가게들을 추려 데이터 분석에 들어갔다. 데이터를 분석을 하면 할 수록 자꾸 등골이 서늘해져갔다.
서진의 눈은 점점 커져갔다.
서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태오 자리로 달려갔다.
“선배! 이것 좀 봐요.”
태오는 눈이 아픈지 손으로 눈 주위를 누르며 서진이 내민 프린터를 봤다.
그 시간대에 주문한 고객 목록, 그리고 그 고객들의 상태, 그리고 마지막은 한결같이 ‘사망’.
단순 취소나 환불이 아니었다.
실제 사망 처리된 사용자 계정이 섞여 있는 곳도 있었다. 그것도 여러 명.
사망 원인은 제각각이었다.
심장마비, 교통사고, 추락사 등등, 우연이라고 하기엔 숫자가 너무 많았다.
태오는 프린터를 보며 점점 눈이 커져 갔다.
중간쯤보다가 서진을 보며 말했다.
“이게 진짜 맞아?”
서진은 불안한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말했다.
“네. 선배가 말한 특정 시간대에 시킨 가게에서 음식을 시키면 그 사람들이 24시간 안에 사망을 했어요.”
태오는 머리까지 아픈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그게 말이 된다고 봐?”
서진 역시 말이 안된다고 생각을 했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는 프린터에 고스란히 적힌 대로였다.
“그럼 범인은? 배달원이라는 거야?”
서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프린트를 보라고 눈으로 말했다.
배달원 동선.
서진이 지도 위에 배달 기사들의 이동 경로를 캡처해 놓은 것이다. 공통점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므로 배달원들은 범인이 아니다.
태오는 프린트를 내려 놓고 서진일 쳐다봤다.
“그럼 범인은 누군데?”
서진은 태오를 익살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그건 보안팀인 선배가 해결해야죠. 데이터 분석은 제가 다 해드린거 같은데요.”
서진은 태오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는 가방을 챙겨 나가며 말한다.
“전 오늘도 야근해서 집에 못가면 엄마가 시골에서 올라와, 머리 밀고 델꼬 내려간다해서 오늘은 집에 가서 잘겁니다. 선배만 믿고 가요..”
태오는 나가는 서진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야! 윤서진!”
하지만 서진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나가 버렸다.
태오는 한숨을 쉬며 서진이 두고 간 프린터를 다시 들여다봤다.
‘특정한 시간대에 주문한 사람만 죽는다! 왜? 죽는것도 다양하게. 추락사, 교통사고, 심장마비 등등. 누가? 왜 이런 짓을.’
태오는 프린트물을 보며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깊게 파고들수록 의문점만 계속 생기는 이 찝찝함은 뭘까?
우선 태오는 탕비실에서 커피를 탔다. 시간은 일주일. 오늘 밤을 새더라도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도 서진이 데이터 분석을 나름 잘해주고 갔지만 같이 프로젝트를 해야하는데 그것도 첫날 가버리다니. 괘씸하지만 어쩌겠는가. 어제는 서진이 날을 새며 일하지 않았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탕비실에서 태오가 커피를 가지고 나오는데 화장실 옆 사무실에서도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그것은 어제 서진이 야근할 때도 빛이 새어 나온 사무실이었다.
태오는 무심히 빛이 새어 나오는 사무실 부서 이름을 봤다.
‘알고리즘 설계팀’
회사 면접 때 상위 1%만 들어갈 수 있다는 팀이라는 소문이 있는 팀이다.
다른 소문은 골치 아픈 사원들만 모아 놓은 팀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어떤 소문이 맞는지는 모르나 좀 미스터리한 팀이라는 건 분명했다.
태오는 다시 한번 그 팀을 돌아보고 자기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서진이 준 프린터를 보며 패턴을 만들기 시작했다.
죽은 사람들은 전부 밤 11시 40분에서 12시 사이, 특정 가게들에서 음식을 주문했고, 그중 일부 가게에는 그 리뷰가 달려 있었다.
“여기서 주문하면 죽어요.”
처음 사망자가 나왔을 때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는 심장마비. 두 번째는 교통사고. 세 번째는 추락사.
서로 아무 관련도 없는 죽음들.
그런데 이 죽은 사람 모두 같은 배달앱으로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주문을 했다.
주문을 하고 24시간 안에 다 죽었다.
태오는 더 깊이 들어갔다.
주문 데이터, 결제 기록, 위치 정보, 검색 기록.
그들의 공통점은 단순한 시간대가 아니었다.
혼자 사는 사람.
최근 3개월 내 병원 기록 없음.
야근이 잦음.
배달 주문 빈도 높음.
태오는 서진이 준 프린터를 바탕으로 자기 나름대로 분석을 했다.
태오의 눈은 점점 커져갔다.
“이건, 선별이야.”
태오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누군가가 데이터를 보고 있다.
그리고 죽일 사람을 고르고 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태오는 그 다음 단계가 뭘까 생각에 잠겼다. 책상에 놓인 커피잔을 들었는데 커피는 이미 다 마신 상태다.
머리는 복잡했다. 여지껏 분석한 것들이 머릿속을 여기저기 헤엄치는 듯했다.
더 이상 집중이 되질 않았다.
눈은 뻑뻑하고 머리는 지끈거렸다. 커피를 더 마시고 다음 단계를 더 찾아야 할지, 그냥 지금은 자고 아침에 다시 해야 할지 고민하다 남자 휴게실에서 자야겠다 결론을 내리고 사무실을 나왔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넘었다.
휴게실로 가다 아까 화장실 옆 사무실에서 빛이 새어 나온 걸 기억하고 슬쩍 그곳을 봤는데 불이 꺼진 상태였다.
태오는 자꾸 그 사무실이 신경이 쓰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튿날 역시 태오와 서진은 리뷰 사건 프로젝트에 몰두했다.
서진은 진전이 안되는지 커피만 몇 잔째 마시는지 모르겠다.
그에 비해 태오는 뭔가를 찾은 듯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본 서진은 탕비실에서 커피 한잔을 들고 태오에게 다가갔다.
“선배 그러다 모니터 뚫겠어요. 커피 마시며 해요.”
서진은 태오 책상에 커피를 놔두며 태오가 뭘 하나 유심히 들여다 본다.
태오는 그제야 서진을 보며 커피잔을 받으며 말했다.
“고마워. 그잖아도 커피가 땡겼는데.”
“선배 뭐 좀 찾았어요? 전 아직까지 어제랑 같아요. 더 이상 분석을 해도 나오질 않네요.”
태오는 서진이 준 커피를 마시며 뭔가 생각하는 듯 모니터만 보고 있다.
“선배!”
서진이 태오 어깨에 손을 대자 그제야 태오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미안. 뭐 좀 생각하느라, 서진 씨 뭐라 했지?”
서진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뭐 좀 알아냈냐구요?”
태오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조용히 말했다.
“나중에 야근할 때 말해줄게. 지금은 좀.”
서진도 주위를 보니 다들 자기 일들을 하지만 태오와 서진 쪽을 슬쩍 보며 소곤거리는 직원들도 있었다.
다들 리뷰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날 저녁, 태오와 서진은 회의실에서 태오가 조사한 것을 공유했다.
서진은 태오 말을 들으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선별중’이란 단어에 서진은 너무 놀라 말문을 잃었다.
그런 서진을 태오는 무심히 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어젯밤 조사한 다음 단계가 뭘까 생각했는데 그건 ‘어떻게’였어. 어떻게 죽일 사람을 선별하는 걸까? 그것이 가장 안 풀리는 지점이었거든.”
서진은 침을 꼴깍 삼키고는 태오 입만 뜷어져라 봤다.
“아까 낮에 그걸 알아낸 거 같아.”
서진은 “뭔데요?”라고 묻듯 태오에게 간절한 눈빛만 보내고 있었다.
“서진 씨가 분석한 대로 배달원은 아니었어. CCTV를 확인해도 이상은 없었고, 음식에도 독은 검출되지 않았다는 댓글도 있었고.”
태오는 열심히 서진이에게 설명을 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서진이 자기가 뽑은 프린트물을 보며 말했다.
“독은 당연히 검출되지 않았겠죠. 음식을 먹고 죽은 게 아니라 음식을 시키고 교통사고, 추락사, 심장마비 등등으로 죽었으니까요.”
태오는 손가락을 튕겼다.
“빙고! 서진 씨 말이 맞아. 음식을 먹어 죽은 게 아니고 시킨 사람만 죽었으니까.”
태오는 회의실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주문 이후의 로그를 뒤져봤거든.”
서진과 태오의 회사 앱은 단순한 주문 플랫폼이 아닌 위치 권한, 건강 앱 연동, 결제 정보 등등. 생각보다 많은 고객 정보들이 호환되어 있는 앱이었다.
그것들을 어제 태오는 보안프로그램을 돌려 하나씩 분석을 했다.
그리고 태오는 하나를 발견했다.
특정 시간대에 특정 사용자에게만 보내지는 알림이었다.
내용은 사소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어요.”
혹은
“늦은 밤, 따뜻한 음식 어떠세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알림 클릭 이후, 백그라운드에서 실행되는 스크립트.
태오는 그 코드를 추적해 나갔다.
태오의 동공이 커졌다.
하던 작업을 멈췄다. 아니 멈춘 게 아니라 손이 떨려서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었다.
“이건… 단순한 알림이 아니야.”
특정 기기의 센서를 활성화하고, 위치 정확도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리고, 사용자의 이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방식이었다. 그 정보들은 외부 서버로 흘러가는 시스템이었다.
“서진 씨! 이리 좀 와서 이것 좀 봐봐!”
태오가 가리킨 모니터를 서진이 들여다보며 너무 놀라서인지 차분한 어조로 말을 했다.
“선배. 이거, 사람을 고르는 게 아니라……”
태오가 이어 말했다.
“이미 죽을 확률이 높은 사람을 골라내는 거야.”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서진은 태오가 찾아낸 것들을 다시 분석하기 시작했다.
서진의 키보드 소리는 처음 댓글을 발견했을 때처럼 바삐 움직였다. 처음 데이터를 다시 뒤집어 보았다.
서진이 뭔가를 발견한 듯 목소리가 커지며 말했다.
“선배! 사망 원인들, 다 ‘외부 요인’이잖아요. 교통사고, 추락사, 심장마비 등등. 이건 살인이 아니라, 유도예요.”
서진의 말을 듣고 있던 태오의 눈도 번쩍 뜨이며 말했다.
“위치 추적, 이동 패턴 그리고!”
둘은 동시에 말했다.
“타이밍!”
태오는 앱의 내부 로그에 접근했다.
일반 직원은 볼 수 없는, 서버 레벨의 데이터였다.
그곳에서 태오는 이상한 알고리즘 하나를 발견했다.
이름 없는 코드.
주석도 없었다.
단 하나의 함수.
‘SELECT_TARGET()’
클릭하는 순간, 화면에 조건들이 나열됐다.

 

혼자 거주.
최근 3개월간 야간 주문 빈도 증가.
가족/지인과의 연락 감소.
보험 가입 여부.
위치 기반 위험도 점수.

 

조건들은 명확했다. 너무 명확해서 오히려 이상했다.
태오는 로그를 더 파고들었다.
푸시 알림 이후 실행되는 스크립트.
그 안에는 아주 짧은 코드가 있었다.
‘푸시 알림 A/B 테스트’
진동 패턴 제어.
화면 밝기 플래시.
특정 앱 실행 유도.
태오와 서진은 그 코드를 보며 서로 답을 찾듯 번갈아 가며 말했다.
“운전 중에 진동이 오면?”
태오가 중얼거렸다.
“사람은 반사적으로 폰을 보죠.”
이어 서진이 말을 이어 나갔다.
“고층에서 창가에 서 있을 때 알림이 오면?”
태오가 이번에는 답을 중얼거렸다.
“시선이 이동해. 이건 살인이 아니야.”
서진이 완성했다.
“‘사고를 설계’하는 거예요.”
그런 서진을 태오가 지그시 보며 말했다.
“서진 씨도 나랑 같은 생각이었구나.”
서진은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듯 말했다.
“그럼 이걸 설계한 사람은 우리 회사 개발팀 중 하나겠네요.”
태오는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서진은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선배가 찾은 방식으로 지금 제가 분석한 데이터에서는 알고리즘으로 인한 것으로 나오고 있어요. 그러면 이 모든 계획을 한 것은?”
태오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알고리즘 설계팀이라 볼 수 있지.”
서진은 너무 놀라서인지 차분하다 못해 냉정해 보였다.
“그 팀에서 왜 이런 장난을 할까요?”
태오는 서진의 말을 듣고는 심각하게 말했다.
“이걸 알고리즘의 장난쯤으로 보기에는 좀 그렇지. 사람이 죽는 건데.”
서진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프린트물을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회의실을 나갔다.
태오는 그런 서진의 동선을 눈으로 따라갔다.
서진은 화장실 옆 알고리즘 설계팀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그 팀도 요새 야근이 잦았다.
태오 역시 빠른 걸음으로 서진이 들어간 알고리즘 설계팀 문 앞으로 다가갔다.
“이거 누가 짰어요?”
서진의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알고리즘 설계팀 김대리는 서진이 들고 있는 프린트물을 슬쩍 보며 말했다.
“그거? 추천 알고리즘 쪽에서 만든 거로 알고 있는데.”
김대리는 뭔 일 있냐는 듯 서진을 쳐다봤다.
“누가요?”
서진이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아마 차도현 씨일걸..”
김대리가 추천 알고리즘 부서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차도현 사원’
조용하고, 말수 적고, 항상 야근을 좋아하는 직원이었다.
입사할 때 최고점을 받아 인사팀으로 발령을 받으려고 했는데 차도현 본인이 알고리즘 설계팀으로 가겠다하여 그 팀원이 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서진은 그의 자리로 갔다.
태오도 문틈으로 어떤 직원일까 궁금해서 안을 들여다 봤다.
하지만 그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자리로 돌아온 서진과 태오는 서로 각자의 생각에 빠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태오가 결심한 듯 서진에게로 다가갔다.
“서진 씨! 우리가 직접 테스트해 보자.”
서진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위험해요.”
태오의 눈은 단호했다.
“그래서 우리가 더 해야 돼.”
서진의 눈동자는 떨려왔다.
“하지만 선배, 그러다……”
태오의 눈빛은 단단했다.
“서진 씨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 하지만 진짜 알고리즘팀 차도현인지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인지를 찾아야 해. 그게 우리 임무야.”
그날 밤.
11시 43분.
문제가 된 가게에서 주문을 했다.
주문자들이 했던 것처럼 일부러 조건을 맞췄다.
11시 51분.
알림이 왔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어요.”
회사 공용 핸드폰이 미세하게 떨렸다.
평소보다 강한 진동.
그리고,
화면이 순간적으로 밝아졌다.
태오가 소리쳤다.
“지금이야! 로그 찍어!”
서버 접속 로그.
외부로 나가는 데이터.
IP 하나가 반복적으로 찍혔다.
내부망.
알고리즘 설계팀.
특정 계정.
cdh_01
서진이 낮게 말했다.
“차도현 사원 계정이 맞네요.”
태오는 확인이 끝난 후 서진이에게 다급히 말했다.
“서진 씨! 모든 로그 지워!”
서진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회사 공용폰에서 빠르게 로그를 삭제했다.
태오와 서진은 한숨을 좀 돌린 듯 했다.
서진이 태오를 돌아보며 말했다.
“선배, 우리가 예상했던 사람이 맞네요. 솔직히 아니었으면 했는데……”
태오는 손으로 얼굴을 쓸며 말했다.
“차도현이 아니었어도 우리 회사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을거야. 누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이런 짓을 하는가가 중요해.”
서진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요. 왜 이런 일을 시작했을까요?”
태오 역시 한숨을 쉬었다.
“그건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겠지.”
서진은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태오에게 불안한 듯 말했다.
“선배, 로그를 우리가 바로 지웠지만 실행을 한 거잖아요? 그럼 우리에게도 24시간이 남은 거 아닐까요?”
서진은 계속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
서진과 태오는 동시에 문 쪽을 돌아보았다.
“배달이요!”
헬멧을 쓴 배달맨이 치킨 봉투를 들고 서 있었다.
서진과 태오는 놀란 눈으로 배달맨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런 둘의 모습이 이상했는지 배달맨은 치킨 봉투를 책상에 놓고 나가며 말했다.
“맛있게 드세요!”
태오는 재빠르게 회사 공용폰을 확인했다.
공용폰 창에 알림이 와 있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어요.”
이건 로그를 찍기 전 온 알림 문자였다.
그리고, 이 알림이 온 지 1분 후에 온 알림.
“추천 고객으로 선정되었습니다.”
태오와 서진은 로그를 찍느라 이 알림을 보지 못했었다.
서진은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태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선배, 우리 정말 24시간 남은 거예요?”
태오는 그 알림만 노려보고 있었다.
그 알림은 자기를 눌러달라는 듯 깜빡깜빡 거리고 있었다.
태오는 그 문자를 클릭했다.
그 순간, 공용폰에서 미묘하게 진동이 일어났다.
서진의 눈은 동그래졌고 태오는 긴장한 표정으로 공용폰을 지켜봤다.
븐명 알림을 클릭만 했을 뿐인데 공용폰은 미세히 진동이 계속 울렸다.
태오는 갑자기 공용폰을 보더니 당황하며 말했다.
“어! 어, 이거 왜 이러지?”
태오의 말에 서진은 무슨 일이냐고 눈으로 물었다.
“지도 앱이 꺼져 있는데 왜 우리 위치 표시 점이 깜빡이고 있는 거지?”
서진은 놀라며 공용폰을 자기쪽으로 확 낚아채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선배?”
태오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 우릴 보고 있어.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위치를 보고있다고!”
태오는 문득 깨달았다.
이건 ‘배달’이 아니고 ‘표적 지정’이라는 것을.
주문은 단지 신호일 뿐.
태오는 다급히 일어났다.
“서진 씨! 우리 빨리 이 건물 나가야 해!”
그러면서 조사한 것들을 초기화하기 시작했다.
태오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기색으로 서진이 준 프린트물도 파쇄기에 넣고 분쇄하기 시작했다.
그런 태오를 보며 서진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사달이 난 게 분명했다.
태오 선배가 저렇게 당황하고 불안해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
서진과 태오는 하던 일을 멈추고 문을 동시에 쳐다봤다.
‘차도현’이었다.
서진과 태오는 얼음이 된 듯 도현만 응시했다.
그가 웃으며 다가왔다.
친하진 않지만 가끔 회사에서 마주쳤던 얼굴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찾았네요. 테스트는 잘한 것 같네요.”
가끔 회사에서 마주쳤던 도현이 아닌 난생 처음 보는 도현의 표정이었다.
늘 조용하고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따뜻한 미소를 짓고 다니던 그였는데 오늘은 어딘가 모르게 차갑고 살기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태오는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차도현 씨!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예요?”
태오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작았다.
도현은 천천히 태오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태오와 서진을 번갈아 보며 씩 웃으며 영혼이 없이 말한다.
“데이터는 솔직하거든요.”
서진과 태오는 침을 꼴깍 삼켰다.
서진은 용기를 내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도현은 요번에는 서진 쪽으로 다가가며 미묘하게 웃으며 말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죽어도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만 데이터는 찾아주죠.”
태오와 서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도현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외로운 사람들, 늦게까지 일하고, 아무도 신경 안 쓰고, 죽어도 며칠은 모를 사람들만 찾아주죠. 나의 알고리즘은.”
태오는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사람들만 골라 죽인다는 겁니까?”
도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죠. 나는 그냥 ‘선택’만 해요. 죽이다니요. 그런 무서운 말은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면서 도현은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 순간, 책상 위, 회사 공용 핸드폰이 다시 진동했다.
셋의 시선이 동시에 공용 핸드폰 쪽으로 향했다.
도현은 차가운 미소를 띠며 서진과 태오를 바라봤다.
“두 분 모두 나의 알고리즘에 딱 적합한 데이터에 선정되셨네요. 축하해요!”
서진과 태오는 불안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태오는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우리 둘을 죽인다는 겁니까?”
도현은 한심하단 표정을 지으며 다시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전 선택만 해요..”
도현은 회사 공용 핸드폰을 집어 서진과 태오에게 화면을 보여줬다. 그 화면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여기서 주문하면 죽어요.”
태오는 화가 가시지 않았다.
“왜 이런 걸 만드는 겁니까?”
도현은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확률 게임이라고 할까? 세상은 데이터로 움직이죠. 누가 언제 죽을지도, 사실 다 계산 가능하다고 나는 생각하거든요.”
태오와 서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우리 배달앱으로 소중한 고객들의 정보로 이러는 건 불법입니다. 그리고 이건 엄연한 살인입니다!”
태오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그런 태오가 도현은 재밌는지 태오 귀밑에 가서 조곤조곤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배달앱은 완벽한 트리거가 되죠. 특정 시간, 특정 위치, 특정 행동, ‘주문’이라는 행위 하나로, 목표를 확정할 수 있거든요.”
서진의 눈에는 그런 도현이 악마로 보였다.
도현의 무표정한 표정은 차갑다 못해 아무 감정 없는 AI 같았다.
“어차피 그 사람들의 알고리즘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죠. 내가 분석한 데이터에 의하면 말이죠. 가족과도 소통이 안되는 사람들, 그저 일만하다 죽는 사람들, 그리고 야식을 즐기는 사람들, 하루하루 그저 똑같은 패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태오와 서진은 도현이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대화를 할 수록 깨달았다.
그런 태오와 서진을 무시한 채, 도현은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듯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외로워서 몸부림치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 매일 야근에 찌들어 있어 언제 과로사로 죽을지 모르는 사람, 잦은 야식으로 성인병으로 고생하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 등등. 그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나의 알고리즘은 줄여주죠. 딱 24시간 안에 그 고통 속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 수많은 사람들을 단 하루 만에 편히 쉬게 해주는 거죠.”
태오는 어이가 없었다.
“당신은 미쳤어! 당신이 신도 아니고 그런 걸 왜 당신이 결정해!”
도현은 그저 자아도취가 된 듯이 혼자만의 말만 계속했다.
“맞아요! 난 신이 아니죠. 그래서 난 선택만 해주는 거에요. 나의 알고리즘이 오래도록 고통받다 죽을 사람들을 선별해서 편히 가게 도와주는 거에요. 정말 멋지지 않아요? 한 번의 클릭으로 편히 갈 수 있다는 것이?”
태오와 서진은 이 미친 사람의 말을 더 듣는 것 보다 그저 지금이 공간에서 빨리 나가는 게 가장 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도현은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두 분은 어젯밤 11시 51분에 제 알고리즘의 추천 고객으로 선정됐어요. 이제 두 분에게도 24시간이 채 남지 않은 시간이 남아있네요. 축하해요.”
그러고는 분석팀 사무실을 도현은 손뼉을 치며 천천히 나갔다.
태오와 서진 역시 짐을 챙겨 도현의 뒤를 따라나갔다.
하지만 도현은 아무데도 없었다.
서진이 다급하게 태오에게 말했다.
“선배 엘리베이터 오네요.”
서진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서진과 태오는 엘리베이터에 타고는 1층 로비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태오와 서진은 그 짧은 찰라 보았다.
도현이 둘을 보며 활짝 웃는 모습을.
44층에 표시된 엘리베이터 층수는 태오와 서진이 탄 순간 점검모드로 바뀌어 있었다.
그날 이후, 그 시간대의 주문 기록은 완전히 사라졌다.
리뷰도, 계정도, 데이터도.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강태오, 윤서진, 차도현 역시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아직도 가끔, 이 배달앱 어딘가에 뜬다는 문장 하나만이 남았을 뿐.
“여기서 주문하면 죽어요.”

 

* 2026년 실로암점자도서관 독서문화프로그램 ‘힐링하는 글쓰기’의 참여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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