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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2025 힐링하는 글쓰기] 엄다솜 교육생 소설: 작은 새가 남겨준 기억

조회수 103 작성자 아이**02 등록일 2026-01-09 좋아요 1

도서명2025 힐링하는 글쓰기 작품집 마음이 문장이 될 때

저자백선순, 신나라, 심연숙, 안시아, 엄다솜, 정은교, 정명섭

출판사실로암점자도서관

[소설] 작은 새가 남겨준 기억


 세아는 날벌레 날아오는 소리에도 몸을 움츠릴 정도로 겁이 많다. 그런 그녀에게 반려동물, 특히 길들이기 쉽지 않은 앵무새를 데려온 것은 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도전이고 모험이었다. 지금도 작은 벌레 한 마리 맨손으로 잡지 못하지만, 예콩이가 주고 간 따스한 느낌은 잊히지 않았다. 지금도 그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예콩이를 데려온 날부터 떠나보낸 날까지 생생하게 떠올랐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옆집에 사는 하린과 근처 마트에 갔다. 마트에 가면 장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시식 코너를 돌며 이것저것 먹거나, 기분 전환을 위해 완구 매장 구경을 했다. 걸을 때마다 높은음의 새소리가 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나, 오늘따라 더 마음이 쓰였다.
 “엄마, 나 저 새 만져볼래.”
 “안 돼. 부리로 콕콕 쪼면 손이 아플 거야.”
 “그래도 한 번만….”
 아이가 조르는 소리가 제법 컸다.
 “어린 친구가 겁이 없구먼. 어른들도 새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던데. 그럼, 한번 만져볼래?”
 “네!”
 “아유, 됐어요, 아저씨. 빨리 가자.”
 아이와 엄마가 거의 동시에 말했다. 아이의 엄마는 아마도 떼쓰는 아이를 끌고 현 씨의 시야에서 벗어나려는 듯했다.
 “이 친구들 똑똑해서 안 물어요. 얼마나 착한데요.”
 “아유, 어쨌든 안 돼! 집에 아기가 있는데, 새는 무슨!”
 세아는 천천히 걸었기 때문에 그 모든 이야기를 다 들었다.

 “하린아, 잘 가.”
 집으로 돌아온 세아는 말없이 앉아 2년 전의 기억을 천천히 되짚어 보았다.

 그날은 6월 중순이었지만, 날씨가 굉장히 더웠다. 세아는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은 방 안으로 익숙한 보이스오버 소리가 들려왔다.
 <메시지, 하린: 나 지금 마트에 장 보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세아는 메시지를 들으며 망설였다.
 하린은 이사 와서 부쩍 친해진 동갑내기 비장애인 친구로, 주말마다 세아의 쇼핑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래. 몇시에 나갈 건데?>
 <너 준비 되면 나와.>
 세아는 마트에 간다는 말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벌레가 많이 날아다니는 야외에 간다고 하면 단칼에 거절했을 것이다. 가벼운 가방과 휴대폰을 챙긴 세아는 공동현관 앞에서 하린을 만났다. 둘은 마트를 향해 걸어가는 동안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찬 떨어진 거 있어?”
 하린이 먼저 물었다.
 “ 아니, 별로 없어. 나 소식하는 거 알잖아.”
 “ 야, 악기 하는 사람이 적게 먹어서야 되겠냐?”
 세아의 대답을 들은 하린이 제법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많이 들어가지 않는 걸 어떡하니?”
 “하긴, 억지로 먹는 것도 스트레스지.”
 하린이 못 이기는 척 맞장구쳤다.
 마트 안은 한산했다. 간간이 아이가 떼쓰는 소리, 남자가 확성기를 들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전혀 시끄럽지 않았다. 그래서 하린의 뒤를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나, 정말로 물고기 키워볼 생각이야.”
 쇼핑 카트를 밀고 가던 하린이 말했다.
 “그래? 물고기는 어떻게 골라? 눈으로 보면 건강한지 알 수 있어? 물 자주 갈아줘야 되고, 막 만지지도 못하는 거 아니야?”
 세아는 갑자기 질문봇이 된 것처럼 질문을 마구 쏟아냈다.
 “나도 잘 몰라. 계속 눈으로 보기만 했는데, 오늘은 한 번 물어보려고.”
 하린이 씩 웃었다. 호기심이 생긴 세아는 하린을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늘 가는 곳이니, 근처에서 들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차분히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종종걸음으로 펫숍으로 향했다. 높은 음역대의 새소리가 세아의 귀에 가장 먼저 들렸다.
 “어? 저 새들 아직도 있네.”
 “응. 아무도 사 가지 않나 봐.”
 하린은 동물 코너에 도착하자마자 세아의 손을 놓았다. 새소리 듣는 것 자체는 굉장히 즐거운 세아는, 심호흡을 하며 하린을 기다렸다. 하린은 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은지, 여주인 송 씨와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3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주에도 왔었죠? 오늘은 앵무새 한번 만져볼래요?”
 남주인 현 씨가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안 그럴 것 같은데, 겁쟁이구먼.”
 현 씨가 장난스럽게 한 말에, 세아는 자존심이 상했다.
 “무서워하는 게 잘못이에요?”
 세아가 발끈 화를 내자, 현 씨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세아는 하린이 손 잡아주지 않으면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보도블록도 없는 대형 마트에서 길을 잃으면, 오히려 그게 더 망신스러울 거라고 생각했다.
 별안간, 철컥 소리가 들렸다. 현 씨가 새장 문을 연 것이다. 세아는 바짝 긴장했지만, 들리는 새소리가 조금 줄었을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예쁘다! 아저씨, 새장 열어도 안 날아가요?”
 속도 모르는 하린이 더 신났다. 얘는 도대체 언제 나타난 걸까?
 “그럼요~ 안 날아가죠.”
 세아는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집에 틀어박혀 있을 때 정말 답답한데, 저 새들은 좁은 새장이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할까?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저, 다음 주에 다시 올게요.”
 하린은 이렇게 말하고 세아의 손을 잡았다. 그날의 장보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나, 새소리를 매일 가까이서 듣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하는데. 한 번 데리고 와 볼까?”
 하린과 함께 집에 돌아오자마자, 세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만지지 못하는 걸 뭐 하러 키우니? 네가 새한테 전혀 손대지 않는다 해도, 먹이 주고 물 주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거야.”
 하린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다음 날 오후, 세아와 하린은 또 그 마트에 갔다. 물건을 살 목적이 아니라 구경하러 나온 것인데, 동물 코너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세아는 저도 모르게 새장에 손을 뻗었다. 새장 벽을 통해 약간의 진동이 느껴졌다. 세아는 무심코 여러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바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손이 닿은 그 새장 속 새는 여느 새들과 다르다는 것을. 가볍고 경쾌한 날갯짓 소리나, 높은 음으로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그 새장 앞에 바싹 다가와 들어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안 답답하니?”
 세아가 넌지시 물었다.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모르지만,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다른 소리에 섞여 들리는 희미한 발자국 소리에, 세아는 괜히 몸이 떨려왔다.
 “그런데 얘는 왜 이렇게 안 움직여요? 어디 아파요?”
 세아를 지켜보던 하린이 물었다.
 “갈 때가 되어서 그렇지 뭐. 한쪽 눈이 잘 안 보이고. 잘 먹지도 않고….”
 왜 그런지 모르지만, 세아는 그 새에게 마음이 끌렸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공통점 때문이었을까?
 집에 돌아온 세아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앵무새 관련 정보들을 모조리 외웠다. 새장과 사료를 온라인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나 앵무새 한 번 키워볼 생각인데. 어때?”
 세아의 말에, 주변 사람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절대 안 된다고. 하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밥이랑 물, 새장 청소는 활동지원사가 해줄 거고. 넌 새소리만 들을 거라면 뭐, 나쁜 생각은 아니지. 건강한 녀석으로 데려와 봐.”
 “의외네. 엄마가 제일 심하게 반대할 줄 알았는데.”
 “완전히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결사반대하는 것도 아니야. 키우기 나름이지 뭐. 너 어릴 때 동물원 가서 새를 만지지는 못했어도, 새장 가까이 가서 소리를 끝까지 들었었잖아.”
 “내가 그랬나?”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누가 말린다고 네가 포기할 애도 아니고. 반반이야.”
 세아는 그냥 한 소리겠거니 하고 피식 웃었다. 통화를 한 뒤, 세아는 하린을 만났다. 물고기에 꽂힌 하린의 목소리에서, 오늘은 꼭 한 녀석을 데려올 것처럼 느껴졌다.
 “어이구, 저 녀석은 금방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야. 영 볼품이 없는걸.”
 “그러게 말이야. 살 의지가 없는 녀석 같아. 저런 것도 새야?”
 “그러게. 그래 가지고 번식이나 제대로 하겠어?”
 세아는 하린과 함께 동물 코너로 걸어오며, 사람들이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 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기분 나쁠 소리였다.
 “나 오늘 저 새 데려가야겠어. 나 아니면 누구도 저 새를 구할 수 없을 거야.”
 세아는 갑자기 영웅 심리가 발동했다.
 “야, 차세아, 참아라. 데려가서 어쩌려고 그래?”
 하린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저기만 벗어나면 잘 살 거야. 네가 새라면 저런 비하 발언을 듣고 싶니?”
 “그건 그렇지만, 무턱대고 데려가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는데….”
 “그럼, 저기서 그냥 죽으라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
 점점 높아지는 세아의 목소리에, 하린은 적당한 말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아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아저씨, 얼마 드리면 데려갈 수 있어요?”
 “말 잘 듣고 건강한 새도 많은데. 진짜 저 녀석을 데려가겠다고요? 새장 문 열리는 소리에도 바짝바짝 긴장하는 사람이?”
 “네.”
 “그러지 마요. 왜 사서 고생해요? 어차피 만지지도 못하는 걸….”
 “얘 좀 말려 주세요. 대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하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쩌겠어요~ 이 학생 생각이 그렇다는데….”
 현 씨와 송 씨 그리고 하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세아는 그 새를 샀다.
 “얘는 이름이 있어요?”
 “그런 거 없어요. 얼마 못 살 텐데, 굳이 이름까지? 허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구먼.”
 현 씨가 이렇게 말하며 새장을 건네주었다. 세아가 느끼기에 현 씨의 태도는, 제값 받고 팔았으니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병원비는 어쩌려고 그래?”
 “걱정 마. 죽으라는 법은 없잖아.”
 하린이 덕분에 무사히 데려오기는 했지만, 막상 데려오니 막막했다.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상 파양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세아는 앵무새를 데려오면 어떻게 키울 것인지 대략적인 계획을 세웠다. sns에서 앵무새 키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 보면, 식사, 요리, 취침 시간, 외출할 때를 재외하고는 풀어놓고 키운다는 이야기가 많고, 그것이 정석처럼 여겨졌다. 세아는 그 글들을 읽으며, 과연 저게 맞을지 여러 번 물음표를 던졌다. 동물을 무서워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본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풀어놓고 키우는 대신, 보호자가 항상 지켜봐야 한다는 문장을 보며 그럴 거면 굳이?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감시당하는 새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스트레스일 것 같았다. 그래서 넓은 새장을 주어 감시하지 않고 안전하게 놀도록 할 생각이었다.
 “네가 손으로 잡아서 꺼낼 필요가 있니? 이 새장을 열어 놓은 채로 큰 새장 안에 넣으면 되잖아.”
 하린이 웃으며 말했다.
 “와, 좋다! 어차피 지금은 얘가 적응해야 하니까 그렇게 해야겠어.”
 “그런데 이름은 정했어? 오래 못 살아도, 이름은 남기고 떠나면 좋잖아.”
 “뭐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
 세아는 이름 짓기에 흥미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꼭 이름을 생각해 내야 했다. 생명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내가 한 생명을 살렸다는 뜻이 되기도 하니까.
 “천천히 생각해. 난 갈게.”
 하린은 이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저 새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줄까? 과일 이름을 붙여주고 싶지는 않은데. 하늘이, 구름이 같은 이름은 또 너무 흔해서 싫고. 또또, 코코, 보송이 같은 이름도 싫었다. 어디선가 들었던 '알콩 달콩 별콩'과 '예꼬'라는 이름이 발랄하고 귀엽게 느껴졌는데, 불러줘도 괜찮을까? 아니면 오래 살라고 장수? 그건 너무 식상한데….
 세아는 하루종일 생각에 잠겼다. 하린이 앵무새 때문에 불을 켜고 나간 것도 뒤늦게 알았다. 길고 긴 고민 끝에 세아는 '예꼬'에서 '예'자를 따고, '별콩'에서 '콩'자를 따서 '예콩'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어감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더 이상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세아의 머릿속은 충분히 복잡하니까.

 예콩이는 경계심이 많았다. 싫다는 소리를 자주 내고, 손으로 주는 모든 것을 거부했다. 그렇다고 그릇에 담아주는 모이를 잘 먹는 것도 아니었다. 늘 먹는 것을 챙겨줬지만,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세아가 새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땐 간간이 물을 마시고, 털을 부풀리고 있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아직 적응 기간이라지만, 몸도 약한 녀석을 계속 굶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라, 세아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월요일 아침, 세아는 예콩이를 서울의 한 특수동물 병원에 데려갔다. 애조인 카페에서 후기를 보고 찾아낸 병원이었다. 건강 상태를 알아야 무엇을 어떻게 해줄 것인지 답이 나올 것 같았다. 예콩이가 원래 살던 새장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데려가는 것 자체는 수월했다.
 “사랑앵무네요. 나이도 제법 많아 보이는데…. 어디서 분양 받으셨나요?”
 수의사 황 씨가 자상하게 물었다.
 “저희 집 근처 마트에서 샀어요. 오늘 딱 이틀 되는 날이에요. 몸이 약하고, 한쪽 눈이 안 보인다고 들어서 정확한 검사를 하려고 왔어요.”
 황 씨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었다.
 “보호자분이 처음 키우시고, 시각장애인이니라, 새장에서 꺼내는 게 쉽지 않겠네요. 같이 오신 분, 잠시 협조 부탁드릴게요.”
 활동지원사 명 씨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예콩이는 주사를 맞은 것도 아니고, 간단한 엑스레이를 찍기만 했다. 그리고 먹는 약을 처방받았다. 사람에게는 별일 아니지만, 작은 새에겐 공포 자체였을 것이다.
 “앵무새 키우는 시각장애인 분을 처음 봐서 설명을 어떻게 해드려야 될지 모르겠는데요, 한쪽 눈은 완전히 실명한 게 맞고요, 나이는 열 살, 열한 살 정도로 추정됩니다. 성별은 암컷이고요. 사랑앵무의 평균 수명은 8년~12년으로 알려져 있어요. 살 수 있는 만큼 탈 없이 잘 살면 좋은데, 고령조이고 몸이 워낙 약한 개체이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는 항상 하고 계셔야 할 것 같아요. 동물들이 다 그렇듯 초반에는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 있어요. 도와주시는 분이 함께 돌봐주시고, 수시로 상태를 체크해 주세요. 약 먹으면서 경과 볼게요. 이틀에 한 번 정도는 꼭 방문해 주셔야 하고, 다음에 올 땐 배설물도 함께 가져오세요.”
 마음의 준비를 항상 하고 있으라. 다른 말보다도, 그 말이 팍 꽂혔다. 그 말을 듣던 날, 세아는 겁이 났다. 데려온 지 이틀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마음의 준비라니!
 하지만, 예콩이는 제법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조금만 먹고도 제법 오래 버텨주고 있었던 것이다.
 세아에게 가장 큰 문제는 예콩이가 잠들기 전에 약을 먹이는 것이었다. 주양육자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지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모이 자체를 거부하는 녀석에게 약을 먹이라니!
 세아의 한숨이 늘어가는 걸 본 주변 사람들은, 카페에 분양 글이라도 올려보라고 했다. 병원비도 병원비지만, 벌레도 못 잡는 사람이 어떻게 앵무새랑 사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분양하려면 일찍 했어야 했다. 사람은 어떤 것이든 가까이 두는 것만으로 '정'이라는 게 생기니까. 미운 정도 정이라고, 세아는 어떻게든 예콩이를 끝까지 돌보기로 결심했다. 피나게 물리거나, 병원비로 생활비를 다 쓰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바심이 났다. 깃털 달린 아인슈타인이라면서, 개나 고양이보다 지능이 높다면서 왜 자신의 친절을 거부하는 걸까? 좁은 새장에만 오래 있어서 바보가 되었나?
 세아는 날이 갈수록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2주 치 약이 떨어질 무렵, 세아는 폭발하고 말았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밥 주러 와도 화내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밥도 안 먹고 약도 안 먹으면 너 오래 못 산다고! 알아, 몰라?”
 큰 소리로 말하며 맨손으로 예콩이를 잡아 올렸다. 벌레도 못 잡는 사람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움직임이 강했다. 짧은 순간에 작고 뾰족한 것이 연이어 콕콕 박혔다. 위협을 느낀 예콩이가 세아의 손을 마구 쪼아댄 것이다.
 “하지 마!”
 세아가 단호하게 말하며 예콩이를 안은 두 손을 리빙박스에 툭!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흐르는 물에 손을 담갔다.
 “아, 피 나잖아! 어떡하지?”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난생처음 겪는 일이었다. 가까스로 피가 멈추자, 자신의 힘이 너무 강해서 예콩이가 죽지는 않았는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차세아, 문 좀 열어봐. 무슨 일이야?”
 하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아는 재빨리 문을 열었다.
 “예콩이가 자꾸 안 먹으려 하잖아.”
 “어머, 물렸구나. 얼마나 무서웠겠어? 생각을 해봐. 자기 몸의 열 배도 넘는 커다란 생명체가 소리를 지르면, 온몸이 소리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을 거야.”
 “그런가?”
 “그래. 아무튼, 시각장애인들은 흥분하면 목소리가 커지는 게 문제라니까!”
 하린은 이렇게 말하며 리빙박스로 다가갔다. 그리고 수건으로 예콩이의 몸을 조심스럽게 감싸 올린 뒤, 세아의 손에 넘겨주었다.
 “예콩아, 미안해. 많이 아프고 무서웠지?”
 다음 날 새벽까지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던 세아는 가까이서 들리는 새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어? 예콩아, 잘 잤어? 몸은 괜찮아?”
 지금 세아에게 예콩이의 반응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깨어나 준 것만으로 정말 고마웠다. 마침,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사료를 바꿔 보셨나요?”
 황 씨가 물었다.
 “네. 소분되어 있는 게 있어서 바꿔봤는데, 너무 안 먹어요.”
 “식욕이 없나 보네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손에서 올리고 내리실 때 최대한 천천히, 약하게 해주셔야 충격을 받지 않아요. 지금은 뼈나 장기에 큰 이상이 없고요, 약도 많이 먹으면 안 좋으니까 끊어볼게요.”
 데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떠나보내면 두고두고 후회스러웠을 텐데, 큰 이상이 없다니! 세아는 새장 손잡이를 꼭 쥐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세아는 새장에 손을 넣는 것이 더욱 두려워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명 씨가 새장을 청소하기 위해 예콩이를 꺼내주면 생각 외로 사납지 않았다.
 세아는 이름을 부르면 다가오도록 하기 위해, 몇 번이나 예콩이를 불렀다. 그런데 이 조그만 녀석은 애타게 부를 때는 반응이 없더니,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천천히 다가와 부리로 톡톡 건드렸다. 그럴 때마다 세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애썼다. 조금 따끔했지만, 피가 나도록 쪼아대던 것에 비하면 견딜만했다. 이게 바로 앵무새의 탐색전이라는 건가?
 세아가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도 동물을 맨손으로 만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예콩이는, 명 씨가 새장을 청소할 때면 아무 곳에나 앉아 쉬면서 머리 끈이나 이어폰 줄을 물어뜯기도 했다. 세아는 작은 새의 부리에 들어가는 것이 별로 없을 것 같아서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덜그럭거리는 소리 때문에 잘 모르기도 했지만. 어쨌든, 처음 데려왔을 땐 날아오르기도 버거운 상태였는데, 날개깃이 새로 자라고 어느 정도 힘이 붙은 모양이었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지, 예콩이는 새장에 들어가면 모이부터 찾아 먹기 시작했다.
 세아는 예콩이가 만드는 모든 소리가 좋았다. 모이를 먹을 때마다 들리는 소리, 날갯짓 소리, 작게 지저귀는 소리, 물 마시거나 목욕할 때 들리는 소리도 참 좋았다. 들리는 소리에 맞게 말을 걸어보는 것도 즐거웠다. 말을 따라 하지는 못해도, 분명히 듣고 있을 테니까. 한 달에 한 번 정기검진 받는 게 숙제처럼 느껴졌지만, 자신이 이렇게까지 새를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예콩이가 처음으로 세아의 손가락에 앉은 날은, 마트에서 벗어난 지 석 달가량 지나서였다. 계절은 가을로 바뀌었고, 정기검진을 받는 날이었다.
 “예콩아~ 무슨 생각해?”
 병원으로 가는 콜택시 안에서 세아가 슬쩍 물었다. 예콩이는 천장을 검은 천으로 덮은 이동장에서 꼬박꼬박 졸고 있었다. 달리는 차의 진동에도, 뒤척이는 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집에서 한 시간가량 되는 거리였지만, 매번 순탄했다. 새는 멀미 같은 걸 안 할까? 아니, 이 녀석만 안 하는 걸까?
 “오늘도, 잘할 수 있지?”
 진료실 앞에 도착했을 때 명 씨가 물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한 번 꺼내 볼게요.”
 황 씨는 손으로 조심조심 새를 받쳐 들고 엑스레이를 찍으러 갔다. “괜찮아, 착하지?” 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며, 점점 멀어져 갔다. 큰 이상이 없어야 할 텐데. 긴장한 탓에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몇 분 뒤.
 “예콩이 왔어요.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건강해졌네요. 오늘은, 보호자 분 손에 한 번 올려볼게요.”
 “네? 갑자기요?”
 “새 키우면서 한 번쯤은 만져봐야죠. 지금은 공격하지 않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
 “아, 아….”
 세아가 길게 심호흡을 했다. 세아는 모르고 있었지만, 예콩이는 아까부터 세아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과 익숙하지 않은 얼굴을 구별하는 듯했다.
 “오늘 검사 잘했으니까 이제 언니한테 가볼까?”
 날갯짓 소리와 함께, 손가락에 무언가 착 감기는 것이 느껴졌다. 눈 깜짝한 사이였다.
 “어? 야야, 들어가. 이제 갈 거야.”
 세아는 저도 모르게 빠른 속도로 말했다.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당황했지만, 생각 외로 촉감이 나쁘지 않았다.
 “보호자 분, 오늘 예콩이가 손가락에 잠깐 앉았는데, 어때요?”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요. 익숙해지면 괜찮을 것 같아요.”
 황 수의사의 물음에, 세아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사랑앵무는 다른 앵무새에 비해 야생성이 강해서 길들이기 쉽지 않아요. 게다가 긴 시간을 새장에서 혼자 지냈던 친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빠른 편이에요. 종류를 떠나서, 만난 지 6개월이 넘어도 손에 못 앉는 녀석도 많거든요.”
 “정말요?”
 “그럼요. 사람들 성격이 다르듯이 새들도 성격이 다 달라요.”
 “야, 이렇게 잘해줄 거면서 그땐 왜 그랬어?”
 “동물들이 IQ는 높지만, EQ는… 사람보다는 많이 딸리잖아요.”
 세아의 혼잣말에 여간호사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생각해 보니, 그 말이 꼭 맞는 것 같았다. 똑똑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과 공감 능력은 다른 영역이니까.

 명 씨의 안내를 받아 집에 돌아온 세아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이동장을 열었다. 내친김에 예콩이를 손가락에 올려서 새장으로 데려다줄 생각이었다.
 “예콩아, 넓은 데로 가자.”
 세아가 이렇게 말하며 이동장 문을 열고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예콩이는 이동할 생각이 없는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자네요. 진짜 특이한 자세로 자네. 저렇게 자는 게 편한가?”
 “네? 왜요? 어떻게 자는데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사람이라면 저렇게 못 자요.”
 명 씨의 말에, 세아는 그냥 웃었다. 늘 그렇듯, 서로 타이밍이 안 맞는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맞추기 힘든데, 작은 새가 편안한 타이밍을 어떻게 맞추겠는가!
 세아는 조심스럽게 이동장을 들어 놀이용 새장과 연결해 주었다. 일어나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세아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었다. 우선, 예콩이가 관상조 출신 치고는 적응을 잘하는 편이라는 말에 내심 안도감이 들었다. 새장에서 잘 먹고 잘 지내기만 하면 그 이상 바랄 게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작은 생명체는 자신과 함께 있는 커다란 인간의 존재를 인식하고, 제 딴에는 어떻게든 함께 살아보려 노력하고 있었다. 소량이라도 먹고, 집을 탐색하고, 이따금 책상에 내려앉아 쉬기도 하면서.
 석 달 남짓 되는 시간 동안 세아의 마음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저 작은 몸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30분쯤 뒤,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예콩이는 아주 익숙한 듯 이동장에서 큰 새장으로 날아갔다.
 “이건 치울게. 잘 놀아.”
 세아는 곧바로 이동장을 정리했다.
 다음 날 아침, 세아는 예콩이를 손에 올리기 시작했다.
 명 씨가 세아의 손에 모이를 뿌려주면 세아가 그 손을 천천히 새장 문으로 뻗었다. 한 번에 성공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예콩이는 가볍게 날아와 세아의 손목에 앉았다. 먹는 속도도, 움직임도 굉장히 느렸지만, 부리가 손에 닿는 느낌이 전처럼 아프지 않았다. 정기검진 받으러 갈 때마다 비정상적으로 자란 부리를 갈고 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예콩이는 세아의 손이 나쁘지 않은지, 아니면 새장 밖이 더 좋아졌는지 새장으로 날아갔다가 금방 나왔다. 자유를 맛본 새의 감정이 어떨지, 세아는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아직은 먹을 생각이 없는 예콩이는 해바라기씨를 보고도 모른 척 지나쳐 날아갔다. 하지만, 예콩이가 밖에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날아서 움직이는 시간은 더더욱 짧았다. 5분 가량 날아다니는가 싶더니, 새장으로 들어가 늘 앉는 횃대에 앉았다. 그렇게 같은 일이 열흘 정도 반복되었다.
 하루에 한 번이지만, 세아는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이젠 살짝 물려도 전처럼 놀라지 않았다. 예콩이 역시 강도 조절을 하는 듯했다.
 손가락에 앉는 것은 성공했지만, 세아가 조금만 움직여도 바로 날아가 버렸다. 새 키우는 사람들 중엔 더 욕심을 내는 사람이 대다수지만, 세아는 예콩이가 피 나도록 쪼아대지 않는 것만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 만족감은 오래 가지 않았다.

 11월이 끝나갈 무렵, 세아는 아침부터 예콩이를 손에 올린 채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런데 모이가 있어야만 손에 올라오고, 잠깐 앉았다 가던 예콩이가 평소와 많이 달랐다. 숨소리도 처음 듣는 소리였고,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하필, 토요일이었다. 명 씨가 오지 않는 데다, 하린이도 약속이 있어 집에 없었다. 세아는 급한 마음에 콜택시를 불렀다. 다행히, 배차가 빨리 되었고 자주 만나는 기사 남 씨가 왔다. 반려동물도 119구급차를 탈 수 있다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싶지만, 세아는 빠른 배차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차 탈 거니까 우선 들어가.”
 평소엔 무조건 새장으로 직행하던 녀석이 두 발로 세아의 손가락을 꽉 쥐고 버텼다.
 “야, 다쳐. 얼른 들어가.”
 세아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두 손으로 예콩이를 감싸 쥐고 이동장에 넣었다. 예콩이가 발가락에 힘을 주는 바람에 손가락이 따가웠지만, 어쨌든 이동장에 넣는 일은 성공했다. 마음이 무거우면 몸도 무거워지는 걸까? 세아는 천천히 계단 스무 칸을 내려갔다. 평소엔 종종걸음으로 내려가던 길인데, 이상하게 발이 가볍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어머나, 맨눈으로 보기에도 새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세아를 안내하기 위해 나온 남 씨가 이동장을 힐끔 보며 말했다.
 “그래요? 그런데 저 작은 몸에 심폐소생술을 어떻게 해요? 오늘 갑자기, 숨 쉬는 게 이상해요.”
 “글쎄요…. 일단 빨리 병원으로 가볼게요.”
 세아는 택시에 앉자마자 이동장을 열고 예콩이를 조심조심 손에 올렸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천천히 이곳저곳을 만져주는데, 평소에는 도망가기 바빴던 녀석이 숨을 할딱거리며 힘없이 앉아 있었다. 병원에 가는 내내, 세아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이 작은 생명을 살릴 수 있을까? 하루라도, 아니, 단 10분이라도 더 버텨주면 좋겠는데. 혹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그럴까? 슬프고 아프고 미안하고…. 여러 감정들이 한꺼번에 마음을 꽉 채웠다.
 주변 소음으로 인해 예콩이의 숨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손에 닿는 촉감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도착했…. 아이고, 이미 숨이 멎은 것 같은데…. 자세한 건 병원에서 물어봐요.”
 어떻게 한 시간이 갔는지 남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아는 숨이 멎은 것 같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어서 오세요. 어머, 오늘은 동행하시는 분이 바뀌었네요.”
 “아닙니다. 저는 장애인 콜택시 기사라, 다시 가야 해요. 잘 부탁드릴게요.”
 여간호사의 목소리에 남 씨가 침착하게 말했다. 세아는 어쩐지, 낯선 세상에 뚝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의지할 수 있는 건 손에 들려 있는 작은 새 예콩이 뿐이었다. 병원에 설치된 긴 의자에 앉아 소리 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차세아 님, 들어가실게요.”
 접수대에 있던 여간호사가 세아를 진료실로 안내했다.
 “선생님, 어떡해요! 얘가 오늘 갑자기, 숨 쉬는 소리가 이상했어요.”
 황 씨가 세아의 손에 들린 예콩이를 받아 안더니, 마사지를 하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하지만, 진료실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아이고, 멀리서 힘들게 오셨는데, 사망한 지 얼마 안 되었네요.”
 황 씨가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세아는 문득,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황 씨의 말을 떠올렸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떡해요?”
 “저희도 방법이 없습니다. 새는 아픈 티를 내지 않고, 골든타임도 상당히 짧아요. 보호자분이 혼자 계실 때 무슨 증상이 있었을 텐데, 상태 체크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이제서야 하는 이야기지만, 마트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만큼 더 살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네요.”
 “어제까지도 도망 다니던 애였는데, 계속 손에 있는 것부터가 좀 이상했어요.”
 “친해지는 데에 시간이 걸릴 뿐이지, 새들도 다 압니다. 사람의 관점하고는 좀 다르죠. 외롭게 가지 않았으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요, 고생하셨어요.”
 여간호사가 다정하게 말했지만, 세아의 귀엔 어떤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여간호사가 세아를 안내해 병원 밖으로 나왔다. 세아는 혼자 움직이기도 쉽지 않으니, 병원 근처에 있는 산에 올라가 예콩이를 묻어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같이 있어 줘서 고마웠어.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다음 생에는 마트에 절대 들어가지 말고,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자유롭게 오래오래 살아.”
 세아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어렵게 말했다. 늦가을 햇살이 눈부신 산을 천천히 내려오는 동안,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여간호사도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어요. 비장애인도 하기 힘든 일이에요. 예콩이는 자연으로 돌아가 잘 지낼 거예요. 너무 오랫동안 슬퍼하지 말고, 그 용기 잃지 않으시길 바랄게요.”
 여간호사가 말했다. 세아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려고 한 말이었다. 물론, 당장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겠지만.
 콜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20분쯤 뒤, 집에서 강아지를 기른다는 조 씨의 차량이 연결되었다.
 “예콩이에게 큰 문제가 생겼군요.”
 빈 이동장을 들고나오는 세아의 표정을 보며, 조 씨가 말했다.
 “아침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어요.”
 “아이고, 그랬구나~. 어쩌다가요?”
 “저도 모르겠어요. 어제까지도 문제 없었거든요. 고령조라서 언제 가도 이상하지 않다고는 들었지만, 진짜로 그렇게 갈 줄은….”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말을 늘 듣지만, 그런 이별은 참 슬프죠? 시간이 약이에요.”

 그랬다. 조 씨 말대로 시간이 약이었다.
 예콩이를 보낸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아픈 그리움으로 남아있지만, 적당히 견딜만해졌으니까.
 세아는 새로운 앵무새를 입양할지 고민했지만, 지금 당장은 자신이 없다. 또 한 생명을 떠나보내게 될 것이 두려웠고, 예콩이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지울 수 없어서였다. 하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생명을 품고, 예콩이와의 추억을 얘기할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날은 지금보다 더 단단해질 것이다.

 

 * 해당 글은 2025년 실로암점자도서관 독서문화프로그램 '힐링하는 글쓰기'의 교육생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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