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38 작성자 아이**02 등록일 2025-12-12 좋아요 0
도서명2025 힐링하는 글쓰기 작품집 마음이 문장이 될 때
저자백선순, 신나라, 심연숙, 안시아, 엄다솜, 정은교, 정명섭
출판사실로암점자도서관
[소설] 미미네 반찬집
‘손님들을 위해 항상 건강한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맛있게 드시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어떻게 더 맛있게 드실 수 있을지 더 연구하고 노력하려고 한다.’
아침 일찍 반찬가게로 가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걸고 반찬가게로 출발했다. 오늘 반찬으로 쓸 채소들이 아침 일찍 가게로 도착할 예정이라 일찍 가게로 출발하고 있는 중이다. 가게에 도착해서 문을 열어 놓은 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트럭이 한 대 들어왔다.
―빵빵
트럭 안에서 야채가게 사장님이 클랙슨을 울리셨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나오지 않자 트럭에서 내려 나를 부르셨다.
“아, 사장님.”
나는 얼른 주방에서 나와 밖으로 달려 나갔다. 내가 가게 문을 열고 나가니 사장님께서 웃으며 인사하셨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서 오세요.”
“어이구, 오늘 야채가 제법 많네요.”
“매일 똑같이 시키던 양인데요, 뭐.”
“그런가요.”
“네, 히히.”
“주방으로 넣어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야채가게 사장님께서는 항상 야채를 주방 안까지 옮겨다 주신 후 “오늘도 장사 잘하세요.”라고 말하시곤 트럭을 몰고 그냥 가버리신다. 마실 거라도 드리려고 잠시 주방으로 들어간 사이, 어느새 야채가게 아저씨는 벌써 차에 올라타서 출발하고 계셨다. 음료를 들고 밖으로 달려 나가면서 아저씨를 불렀다.
“사장님, 잠시만요! 사장님…!!!!!”
“갈게요~~~~~!!!!!!”
“아휴, 참…!!”
마실 걸 대접해 드리려고 해도 항상 “됐어요.” 하고는 그냥 가버리시니 음료 캔이라도 챙겨드릴 수가 없다. 한번 집에 가는 길에 야채가게에 가서 음료랑 간식을 사 가지고 갔더니, 됐다고 가지고 가라고 마다하시는 게 아닌가. 결국 실랑이 끝에 이번에만 드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사장님께서 그냥 가시니까 이렇게 직접 온 거잖아요.”
“아이구, 됐어. 집에 가지고 가서 식구들하고 먹어.”
“저 혼자 살아요.”
“가족분들하고 드세요. 제발.”
“아휴, 그럼 이번만 먹을게요.”
“히히, 감사합니다.”
혼자 멍하니 생각을 하다가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하고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 나는 얼른 주방으로 들어와 사장님께서 옮겨다 주신 야채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씻는 동안 가게 출입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영업전이라 손님들이 오시지 않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올 사람이 없었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언니~~”
“어~ 지아 왔니?”
“네, 안녕하세요~”
“웬일로 일찍 왔어?”
“언니 혼자서 또 야채 손질 다 하고 있을 것 같아서요.”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저번에요. 혼자 야채 다듬고 하는 거 보고 일찍 와서 같이 해야겠단 생각 들었어요.”
“지아야? 갑자기 철들었어?”
“어떻게 알았어요?”
지아는 반찬가게 직원이다. 그런데 매일 출근 시간보다 늦거나 제시간에 오던 애가 며칠 전에는 웬일로 일찍 출근했었다. 혼자서 야채들을 씻고 다듬고 하는 걸 보더니 오늘 이렇게 일찍 온 모양이다. 잠시 가만히 지아를 바라보고 있으니 나에게 말을 했다.
“사장님, 이제 손질 다 했는데 오늘 반찬들은 뭐예요?”
“시금치나물, 가지덮밥, 두부조림, 가지초무침, 고등어갈치조림, 유부초밥.”
“샐러드는요?”
“고구마 샐러드, 호박 샐러드, 매시드 포테이토, 양상추 샐러드.”
“오, 맛있겠어요.”
“이따 남으면 사가.”
“그냥 주시는 거 아니고요?”
“사가시오.”
우리 가게는 남는 반찬이 없게 한다. 혹여 남는 반찬이 있으면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는 게 아니라 싼 가격에 사 가게 해준다. 남은 반찬은 다음 날 팔 수 없기 때문에 직원들 저녁 반찬으로 사 가면 가족들 하고도 맛있게 먹는다고 한다. 바쁘게 일을 하고 있으니 찬이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 찬이 왔구나.”
“어이, 찬~ 막내가 늦었다.”
“네, 지아 누나.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누나.”
“응, 안녕.”
“찬이 유니폼 갈아입고 오너라.”
“네, 사장님.”
찬이는 올해 초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와서 시키는 일은 꼼꼼하게 하는 편이다. 싹싹한 편이기도 하고 손님들에게 예의 있고 친절하게 대해 주니 손님들께서 찬이에 대해 평이 좋은 편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디다 무엇을 두어야 할지 말을 해주었다.
“찬이야, 반찬 저기 가져다 놔.”
“네, 알겠습니다.”
“지아, 샐러드 저쪽 테이블에 놔.”
“예.”
“찬이야, 유부초밥 거기다 두면 안 돼. 저기 샐러드 테이블에 같이 놔.”
“네, 알겠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지아와 찬이가 메뉴 한 개씩은 만들어서 판매대에 올려놓고 판매가 되는 메뉴는 신메뉴로 올리기도 한다. 문제는 지아가 제대로 된 메뉴를 개발하지 못한다는 거다. 지아의 샐러드를 보고 말했다.
“이거 그냥 마카로니 샐러드잖아.”
“네, 맞아요.”
“마카로니 샐러드 우리 메뉴에 있어.”
“아, 맞네요.”
“얼른 다른 거 만들어. 찬이는 벌써 다 만들었잖아.”
“네, 알겠습니다.”
“샌드위치는 음… 조금 색다르게 피자 느낌일 거예요. 기대하세요.”
“오… 기대해볼게.”
“다 만들었으면 판매대에 올려놓고 가격도 적어서 올려놔.”
“네.”
영업 시작과 동시에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 판매된 건 찬이의 새우 파스타와 새우 샌드위치였다. 그리고 내가 만든 반찬들이 팔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음식들은 조금씩 소진되었고 찬이의 음식도 소진되어 가려 할 때 찬이에게 재고를 추가하라고 말했다.
“오, 찬이. 판매대에 반찬 더 올려.”
“네, 사장님.”
“지아, 너는 다른 거 올려야 할 것 같은데?”
“오전까지만 두고요.”
“알았어.”
정신없이 오전 장사가 끝이 나고, 팔리지 않은 지아의 마카로니 샐러드와 집에서 만든 음식들을 가지고 점심을 먹으며 지아에게 말했다.
“지아야, 이건 너무 평범했던 거 알지?”
“모짜렐라가 들어갔는데요?”
“모짜렐라가 들어갔던 들어가지 않았던 기본이랑 다를 건 없어.”
“……”
“이건 우리끼리 지금 점심에 먹자. 알았지?”
“네.”
“찬이는 오후에 더 만들고 새 메뉴는 만들지는 마.”
“네, 알겠습니다.”
다시 오후 장사가 시작됐고 지아는 새 메뉴인 또띠아 피자를 만들어 판매대에 올려두었다. 이번에는 평이 좋을 듯하여 지아에게 물어보았다.
“음… 팔릴 것 같아, 지아야?”
“글쎄요,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너 눈으로 지켜보면 알겠지?”
오후 반찬들은 모두 완판되었고 지아의 메뉴도 다 팔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주눅 든 지아는 자신의 메뉴가 팔리자 얼굴이 다시 환해졌다.
“히히.”
“지아야, 오늘 피자 다 팔렸다고 으쓱하지 말고.”
“네.”
“둘 다 수고했어.”
“사장님도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넵~”
퇴근 후 주차장으로 가 집으로 가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건 후 막 집으로 가려고 할 때였다.
―똑똑
누군가가 내 운전석 창문을 두드렸다. 창문을 내려 누군지 확인해 보니 지아였다. 지아는 환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언니!!”
“왜?”
“언니, 집 가서 맥주 해요.”
“너는 집에 가서 쉬어라.”
“한 잔 만요.”
“안 돼.”
“힝.”
“내일 출근이야, 지아야.”
“네.”
사실 피곤해서 쉬고 싶었다. 맥주는 마시고 싶었지만, 지아가 오면 분명 늦게 귀가하게 될 테니 자유 시간이 없어질 것 같았다. 집에 들어와 씻은 다음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낸 후, 노트북을 열었다.
“흠, 어디 보자….”
마감을 하고 오늘 매출, 내일 만들 반찬들을 미리미리 체크하고, 택배 주문 들어온 것들이 있는지 확인해 놓고 나면 어느새 자정이 다 되어 가 있었다.
“어이구, 벌써 자정이네.”
맥주 캔을 재활용 바구니에 버리고 노트북을 정리한 뒤 모든 불을 끄고, 잠을 청하려고 했다. 그때 내 머리 속에 무언가 잊어버린 게 생각났다.
“아, 맞다!!! 채소 주문….”
미리 주문을 해두어야 하는데 정신이 없어 전화를 못 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야채가게 사장님께 메시지를 보내두면 될까 싶어, 실례인 줄 알면서도 자정에 문자를 보냈다.
― 사장님, 저 반찬집 아가씨인데 아까 주문을 못 했어요. 내일 야채들 좀 가져다주세요.
― 아, 괜찮아요. 장사 이제 끝났어요.
― 왜 이렇게 오래 하셨어요?
― 남은 야채가 많아서요.
― 내일 같은 시간에 보내주시면 되죠?
― 네, 사장님.
― 알겠어요.
―네,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야채 배달을 해주시겠다고 해서 너무 감사했다. 배달해 주시지 않으면 하루 장사를 포기하거나 내가 직접 시장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기 위해 눈에 안대를 쓰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알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깜짝이야. 아, 피곤해….”
나는 빠르게 씻은 후 아무거나 입고 차에 시동을 걸고, 트렁크에 미리 주문해 둔 양념들을 실은 후 가게로 향했다. 가게에 도착하니 지아가 벌써 도착해 있었다. 차를 주차하고 가게 앞에 도착했는데, 지아가 서 있어고 나는 그런 지아가 웬일인가 싶어 먼저 말을 걸었다.
“어? 너 벌써 왔어?”
“네. 저, 이제 일찍 와서 언니, 아니 사장님 도와드린다 했잖아요.”
“그래? 진짜 철들었나 보네, 지아.”
지아는 내 대학교 후배다. 특별히 할 일이 없다고 해서 반찬집에서 일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망설임 없이 작년부터 와서 일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가게 앞에 트럭 한 대가 도착했고, 아저씨는 나오라는 듯 클락션을 울렸다.
―빵빵
“사장님, 저 왔어요?”
“오셨어요.”
“네, 빨리 내리고 다른 데 가봐야 돼요.”
“아이구, 감사드려요.”
“주방에 가져다 놓을게요.”
“네.”
“지아야, 너 주방 가서 음료수 좀 가져와.”
“네~”
오늘은 지아가 있어서, 사장님께서 야채를 주방에 들여다 주실 때 바로 음료수를 가지고 오라고 시켰다. 사장님께서 야채를 다 주방에다 넣어 주시고는 출입문 쪽으로 나오셨다. 아저씨께서는 수건으로 땀을 닦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다음 주에 돈 주실 거 알죠?”
“알죠, 사장님.”
“맨날 늦게 주는 곳도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히히.”
“감사합니다.”
“지아야, 드려 음료수.”
“사장님, 여기 음료수 드세요.”
“아이구, 안 주셔도 될 텐데. 사장님도 참.”
“힘드신데 어떻게 안 드세요? 가지고 가세요.”
“그럼 잘 마실게요~ 갑니다.”
“네, 조심히 가세요.”
“네~~”
사장님이 가신 뒤, 나와 지아는 탈의실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야채를 다듬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한참 야채를 다듬고 씻고 있으니, 출입문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야채를 다듬느라 누가 오는지 보이지 않아 지아에게 물었다.
“누구니?”
“음…. 찬이네요.”
“안녕하세요.”
“어, 찬이 왔니?”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 옷 갈아입고 와서 도와.”
“네, 사장님.”
“안녕, 찬아.”
“응, 안녕.”
오늘 찬이도 일찍 와서 그런지 야채 손질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손질된 야채들을 가지고 음식과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늘은 삼겹살 숙주볶음, 송이덮밥, 카레, 김치찜, 봉골레 파스타, 오일 파스타, 까르보나라 떡볶이를 만들었다.
많은 양을 만들고 나니 아이들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우와, 오늘은 메뉴가 많네요!”
“응, 오늘은 금요일이라 나들이 가는 사람이 많을 거야.”
“아, 그렇겠네요.”
“응. 찬이는 음식 나온 것들 포장해서 판매대에 세팅하고.”
“네, 사장님.”
“지아는 김치찜은 불 약하게 해놔. 식으면 안 되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파스타나 떡볶이 같은 건 바로바로 만들어요?”
“그럼.”
“아 그렇구나.”
“파스타는 괜찮지만, 떡볶이는 시간이 지나면 불어터진다.”
“앗, 그렇네요.”
음식을 모두 세팅한 뒤 반찬가게 전용 칠판에 반찬들을 적어 밖에 걸어둔 뒤 출입문을 열어두었다. 반찬을 한번 만들어 본 직원들은 나에게 언제 또 만들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사장님, 저희 언제 또 만들어요?”
“너희는 다음 주.”
“에이!”
“너 아직 메뉴 만들 거 생각도 안 했잖아.”
“오늘은 해왔어요.”
“그래도 다음 주.”
“알겠습니다.”
단골손님들께서 가게 안으로 들어오며, 오늘 무슨 반찬이 있는지 둘러보고 계셨다. 그리고 주문하시려는 듯 내게 말했다.
“오늘 맛있는 거 많네, 사장님.”
“네, 사모님 오셨어요.”
“이따가 5시 30분쯤 올 거예요. 까르보나라 떡볶이랑 카레, 김치찜, 송이덮밥 포장해 줄 수 있어요?”
“네, 가능하세요. 그런데 오늘 저희가 6시에 마감이라 꼭 5시 30분까지 오셔야 돼요.”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닫아요?”
“오늘 택배 주문 들어온 걸 만들어서 보내야 하거든요.”
“아, 그렇구나. 알겠어요. 늦어도 6시까지는 올게요.”
“네, 알겠습니다.”
단골 손님은 항상 금요일마다 아이들 먹을 음식과 남편 반찬을 포장해 가신다. 이분은 내가 처음 오픈했을 때부터 오셨던 단골이다. 그래서 오실 때마다 더 잘해드리게 되고, 주변에 추천도 많이 해주셔서 손님이 많이 늘기도 했다.
포장해야 할 반찬까지 있기에 더 많이 만들어야 해서 나는 직원들에게 말했다.
“오후에 더 만들어야겠다.”
“그러게요.”
“사장님, 벌써 다 팔린 게 있어요.”
“그렇네. 송이덮밥 다 소진됐네.”
“들어가서 얼른 만들어야겠다. 아직 오전 영업도 끝나지 않았는데.”
나는 재빨리 주방으로 들어가 송이덮밥과 떨어져 가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아와 찬이는 내가 만든 반찬들을 포장해 판매대에 세팅하기 시작했다. 오전 장사가 간신히 끝나고 나와 아이들은 점점 지쳐 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아휴, 오늘 엄청 바쁘다, 그치?”
“그러니까요. 힝. 오후는 더 바쁘지 않을까요?”
“지아야, 잘하고 있잖아. 힘내.”
“네, 사장님.”
오전 장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사람들이 점점 뜸해졌다. 오전 내내 반찬을 몇 번이나 만들었는지 모른다. 손님이 줄어든 시간에는 의자에 앉아 숨을 돌렸다.
“아, 피곤하다…”
그때 지아가 배고픈 듯 나에게 찡찡거리며 말했다.
“사장님, 우리 점심 뭐 먹어요?”
“지아는 뭐 먹고 싶어?”
“저 냉면이요.”
“우리 냉면 사리가 있던가.”
“시켜 먹으면 안 되용?”
“지아야, 만들어서 먹자.”
“네.”
“찬이 냉면 괜찮니?”
“전 비냉이요.”
“저도 비냉이요.”
“나만 물냉이네. 알았다, 금방 해주마.”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주방으로 들어가 냉동실 문을 열어 냉면 사리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냉면 사리가 다 떨어져 냉면 사리 통이 텅 비어 있었다. 다시 밖으로 나가 직원들에게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애들아, 냉면 다 먹었나 보다.”
“벌써요?”
“응. 시켜야겠다.”
“아싸!”
“지아가 제일 신났다.”
“히히. 그럼 시킬게요.”
“그래, 그래.”
가게에 항상 냉면 사리를 쌓아두었는데 그 사이 모두 먹었는지 모르고 사다 두지 않은 내 잘못이었다. 요즘 바쁘다 보니 냉동실에 식재료가 뭐가 떨어져 있는지 확인을 못했었나 보다. 가게에는 냉장고가 두 대라 직원용 냉장고를 들여다보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직원용 냉장고는 아이들이 알아서 사용하므로 나에게 재고가 없다고 말하지 않으면 나는 전혀 재고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직원들의 냉장고 확인도 했어야 했는데, 괜히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너희는 왜 직원용 냉장고나 냉동실에 재고 있는지 없는지 말을 안 해?”
“깜박했어요~”
“깜박했다고 말하면 다야?”
“누나가 말한다고 해 놓고 잊어버린 것 같아요.”
“지아가 잊어버렸으면 찬이 너라도 말하면 되잖아. 왜 지아한테만 뭐라 해?”
“저도 누나한테 물어볼 겨를이 없었어요.”
“그게 핑계야. 누나한테 물어보고 재고 파악해서 나한테 말했어야 해. 너희 둘 다 지금 재고 파악해서 나한테 말해, 빨리.”
“네.”
“그리고 항상 지아한테만 재고 정리 시키지 말고 찬이 너도 같이 하고 나한테 말해.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아휴, 빠진 것 없나 보고 주문해야겠다.”
냉면 배달이 도착해서 냉면을 다 먹은 후, 나는 주방으로 가 직원용 냉장고와 냉동실을 확인해 재고 없는 것들을 모두 적어두고 쿠팡으로 주문했다. 반찬가게 전용 냉장고도 재고를 확인해 다시 주문을 모두 마쳤다. 정리를 하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직원들에게 쏘아붙이듯 말했다.
“내가 지금 쉬어야 할 시간에 니들 때문에 일을 해야 하는 거니?”
“죄송합니다.”
점심시간도 고작 30분밖에 쉬지 못하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오후에 쓸 반찬들을 만들어 판매대에 세팅한 뒤 출입문을 열어두었다.
2시쯤이 되자 사람들이 다시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몇 개씩 포장해 가는 사람도 있고, 보는 것만으로 그냥 가는 사람도, 택배 주문을 하고 간 사람들도 있었다.
오후 시간도 서서히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판매대에는 반찬이 하나도 없이 깨끗했고, 손님께서 예약한 반찬은 영업 종료 후 만들어 카운터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지아와 찬이를 데리고 택배 보낼 음식을 만들어 포장했다. 한 명은 담고 한 명은 포장하고 나는 만드는 역할만 했다.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직원들에게 말을 꺼냈다.
“아이구, 직원 한 명 더 뽑아야 할 모양이다.”
“요리하시는 분으로요.”
“우리 있잖아요.”
“어느 세월에, 느려터져서는….”
“할 수 있어요~.”
“지금 포장 용기에 담고 포장하는 것도 느린데, 음식 만드는 건 밤샐래?”
“끙.”
7시가 가까워졌는데도 손님이 아직 오질 않았다. 택배 포장도 2시간이면 끝날 것 같았다. 그때 출입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나는 주방으로 나가 확인해보니 단골손님이었다. 약속했던 시간보다 늦게 오셨지만, 오신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었다. 안 오셨다면 손님이 주문한 음식은 모두 버려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손님께서 나에게 말했다.
“아이구, 사장님. 죄송해요! 늦었죠?”
“괜찮아요.”
“제가 일이 늦게 끝났어요.”
“괜찮아요. 이제라도 오셨으면 된 거예요.”
“감사합니다. 히히.”
“식었으니까 데워서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손님이 가신 뒤 다시 택배 포장에 전념했다. 2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일이 어느새 밤 11시가 되어 마무리됐다. 미리 저녁 늦게 택배업체에 예약을 해둔 터라 기사님께서 오시기만을 기다렸다.
―빵빵
밖에서 차 소리가 나서 밖으로 나가 기사님께 인사드렸다.
“안녕하세요, 기사님.”
“어휴, 이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오늘 조금 늦게 끝났어요.”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다음에는 조금 더 서둘러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옮기도록 할게요.”
“네, 지아야, 찬이야, 같이 옮겨드려.”
“네~”
나는 기사님이 드실 음료수와 따로 포장해 둔 밑반찬을 쇼핑백에 담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카운터로 가서 기사님 드릴 돈을 봉투에 담아 쇼핑백에 같이 넣고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택배는 택배 차량에 다 실려 있었고 기사님 두 분은 문을 닫고 내게 말했다.
“다 했습니다.”
“네 사람이서 하니 금방했네요.”
“그러게요. 기사 두 분이었으면 오래 걸렸을 텐데, 기사 두 분에 직원 두 명이 하니 금방 끝났네요. 하하.”
“기사님, 여기 쇼핑백에 돈도 넣어 드렸구요, 밑반찬도 넣어드렸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두 분 같이 나누어 드세요.”
“감사합니다. 저희 가보겠습니다.”
“네, 거기 음료수도 있으니 가시면서 드세요.”
“네, 알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네~.”
기사님들의 택배차가 멀리 떠나가는 걸 확인하고 나와 아이들은 뒷정리를 다 한 뒤 퇴근을 서둘렀다.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아이들을 혼자 보내기가 걱정이 되어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집에 가기로 했다. 차 뒷문을 열어주고 찬이와 지아에게 타라고 말했다.
“지아야, 찬이야, 타.”
“사장님, 괜찮아요.”
“찬아, 타랄 때 타.”
“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저는 괜찮아요. 저 약속 있어요.”
“어디 가는데? 전철역까지 태워다 줄게.”
“괜찮아요. 누가 데리러 온대요.”
“정말?”
“네.”
“그럼 집 가면 톡 남겨.”
“네, 사장님.”
“응, 주말 잘 쉬고.”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찬이 잘 가.”
“응, 누나.”
“잘 가라.”
“네~.”
지아를 혼자 보내는 게 걱정되긴 했지만 집에 가면 톡을 주기로 약속 받고 찬이를 집 앞에 내려주고 찬이에게 들어가라 말했다.
“잘 들어가, 찬아.”
“네, 사장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응, 주말 잘 보내고.”
“네, 주말 잘 보내세요.”
“응, 월요일에 보자.”
“네~.”
찬이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는 정반대 방향인 내 집으로 출발하였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한 사람은 내 신구 이서였다. 이서는 내 하나뿐인 고향 친구이자 베프이다. 지금도 서울에 살면서 자주 만나고 있다. 전화를 받으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여보세요?”
“어디 신가?”
“집 가는 중.”
“엥?”
“오늘 늦게 끝났어.”
“진짜?”
“응. 무슨 일인데 이 시간에 안 자고?”
“뭐 하나 하고 불금에 왜 일찍 자?”
“그런가? 난 피곤하다 친구야, 집 가서 잘란다.”
“너 어디쯤인데?”
“나? 음…… 어? 너네 집 지나가려고 하는데.”
“야이씨, 가스나야, 그럼 여기 와서 자~!!!”
“아, 왜~~”
“주말인데 술 마시자~”
“됐거든.”
“아이, 미미 씨~ 칭구야~”
“시끄러워. 포천 내려가야 돼.”
“부모님 댁?”
“응.”
“그럼 할 수 없지.”
“고마워, 이서 씨~”
“다음엔 놀아주는 거다.”
“네~”
이서와 전화를 끊은 뒤 나는 그 길로 포천으로 향했다. 원래는 내 집에 가서 쉬려고 했으나 내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걸 알면 이서는 분명 전화 없이 술을 사 들고 집으로 쳐들어 올 게 분명하다. 즉 나는 지금 서울에 없어야만 했다. 나는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가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다.
“여보세요?”
“엄마.”
“어, 딸.”
“지금 내려가는 중.”
“응, 알았어. 조심히 와.”
“응, 아빠는?”
“옆에서 듣더니 너 먹일 거 사러 가셨어.”
“하여간에 아빠도 알았어.”
“응.”
주말마다 집에 가면 신선한 채소들을 한가득 챙겨 주신다. 그걸 나는 서울로 가지고 와서 반찬 만들 때 같이 쓰기도 하고 집에서 내가 먹기도 한다.
처음에 내가 반찬 가게를 하겠다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많았다. 거기다 서울에서 하겠다 했을 때 더 많은 반대와 걱정을 하셨다. 차라리 포천에서 하면 안 되냐고, 왜 서울에서 하느냐고, 그렇다 망할 수 있다며 올라가지 말고 포천에서 하라고 많이 뜯어 말리셨다.
하지만 지금 자리를 잘 잡고 열심히 일하는 걸 보시곤 더 이상 아무 말씀 없이 묵묵히 지켜만 보셨다. 부모님 댁에 도착하자마자 엄마 아빠의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들어 드렸다.
“딸, 언제 올라가니?”
“월요일 아침 일찍.”
“화요일부터 일하는 거야?”
“응. 근데 월요일은 택배 주문 있어서 새벽에 올라가야 돼요.”
“에이.”
“또 오잖아요.”
“이번에 채소들 많이 가져갈 수 있어.”
“왜요?”
“땅을 조금 더 샀거든. 그래서 채소가 조금 더 많아.”
“힘들게.”
“괜찮아.”
그렇게 엄마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아빠는 서울로 가는 내가 그저 안쓰러웠고 안 갔으면 하셨다. 엄마는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시고 싶어서 주방에서 줄 거 없나 둘러보셨다. 내 차는 포천만 내려오면 만석이었다. 엄마의 반찬 그리고 야채들을 차 안에 가득가득 채웠다. 나는 서둘러 서울로 돌아가야 했기에 엄마에게 그만 가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엄마, 나 가야 돼.”
“어, 잠시만.”
“엄마, 차에 이제 들어갈 때도 없어~”
“야이구, 이것만~”
“헉, 그건 또 뭐야~~”
“오이지~”
“언제 다 먹으라고.”
“천천히 먹어. 이서도 주고.”
“알았어요.”
“잘 먹을게요.”
“팔기도 하고 그래.”
“양념해서 팔면 잘 팔리긴 하겠다.”
“응.”
“알았어요. 이제 갈게요.”
“알았어. 어여 타.”
“응, 갈게요. 들어가셔요.”
엄마 아빠는 보내기 싫어하셨지만 다음에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서야 나를 보내주셨고, 가면서 먹으라고 이것저것 챙겨 주셨다. 가면서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 조금은 먹고 이따 가게에 가서 직원들과 먹기 위해 잘 닫아두었다. 무사히 가게로 도착하니 아이들이 포장 용기를 꺼내서 대기하고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지아와 찬이를 불렀다.
“애들아, 나와 봐.”
“사장님 오셨어요.”
“어, 차에 꺼낼 거 많아. 나와서 거들어.”
“네~.”
“무슨 채소들이 이렇게 많아요?”
“이따가 너희들도 챙겨줄게.”
“감사합니다.”
“자, 시작하자.”
택배는 화, 수, 목에만 주문을 받고 택배 보내는 요일은 월, 금요일뿐이다. 그래서 주문받는 수량은 한정되어 있었다. 지아는 포장해야 할 어마어마한 양을 보고 투정부리며 말했다.
“우왕, 오늘도 음식이 많고 포장해야 할 것도 많아요, 힝.”
“지아야, 투정 부리지 말고 해야지.”
“네.”
“사장님, 곧 택배 기사님 도착한대요.”
“어, 찬아, 음료수 꺼내놓고 쇼핑백 두 개 꺼내서 반찬 넣어 놓을래?”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희들은 어서 도와드리러 가.”
“네~.”
나와 아이들은 택배 기사님들을 택배 옮기는 걸 도와드렸고, 택배가 다 트럭에 쌓여 갈 때쯤 나는 카운터로 가 쇼핑백 두 개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와 기사님들이 다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 됐습니다.”
기사님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먼저 다가가 말했다.
“기사님들 수고 많으셨어요.”
“아닙니다.”
“여기 반찬하고 음료에요.”
“또여?”
“만드는 김에 드리는 건데요, 뭐.”
“매번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조심히 가세요.”
“네, 안녕히 계세요.”
“네~.”
기사님들이 가시고 난 뒤 나와 아이들은 가게로 들어가 뒷정리를 하고 아이들에게 월급을 주는 날이기 때문에 봉투에 월급을 담아 아이들에게 월급 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지아야, 한 달 동안 고생했다.”
“우와, 감사합니다.”
“응, 야근 수당 그리고 보너스 넣었다.”
“감사합니다.”
“응, 그리고 찬이 알바비 그리고 수고비 넣었다.”
“감사합니다.”
“찬이 알바 말고 여기서 일 정식으로 안 할래?”
“아뇨, 몇 년 여기서 알바하다가 직장 다니려고요.”
“그래, 알았어.”
“죄송합니다.”
“아니야.”
찬이가 참 일을 잘 해서 알바생이 아닌 지아처럼 정식 직원으로 두고 싶었는데 직장을 다니고 싶다는 말에 나는 쿨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몇일 전에 직원 모집 공고 올렸던 곳에서 면접 보러 오겠다는 분과 알바 공고 올린 곳에서 알바 면접 보러 오겠다는 사람들이 오늘 온다고 했다. 나는 직원들에게 면접을 보러 온다고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다.
“애들아, 오늘 알바랑 직원 면접 온대.”
“진짜요?”
“응, 알바는 두 명 쓰고 직원도 두 명 쓰려고.”
“잘 됐어요.”
“너희는 퇴근해. 난 좀 기다려야 하니까.”
“네, 내일 뵙겠습니다.”
“응.”
잠시 후 면접 볼 사람들이 와서 차례대로 면접을 보고 직원 두 명을 쓰려고 했던 게 직원 세 명을 채용하게 되었고 알바생은 총 두 명을 채용하게 되었다. 채용되신 분들에게 언제 출근하는지, 언제 쉬는지 나는 차근차근 말씀드리고 직원들은 나와야 하는 이유를 말씀 드렸다.
“다섯 분 다 내일부터 출근하시면 돼요.”
“네.”
“화, 수, 목, 금까지 일하시고 금요일은 조금 늦게 퇴근이라고 알고 계실 거고.”
“네.”
“월요일은 가게는 쉬지만 저희는 못 쉬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수당은 챙겨드리니 열심히 일해 주세요.”
“네.”
다음 날부터 다섯 분은 출근해 주셨고 모두 자기가 맡은 일은 성실히 임해 주셨다. 가게가 장사가 잘 되어 갈 무렵 마침 옆 가게가 임대를 내놓았다는 말을 듣고 바로 옆집 가게도 계약서를 작성해서 확장 공사를 시작했다.
그동안은 쉬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그 시간 동안 나는 밀린 잠도 좀 자고 부모님 댁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몇 달을 편하게 지냈다. 부모님은 밭에 나가시고 나 혼자 집을 지키고 있을 때 또 다른 가게를 물색하고 있었다. 바로 반찬 가게 2호점을 차리려고 알아보고 있는데 마땅한 자리가 없어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포천 시내 쪽에 임대 문의가 올라와 있었다. 평수도 딱 맘에 들고 원하면 매매도 가능하다고 써 있었다. 안 그래도 포천으로 와서 하라는 아빠 엄마 때문에 이쪽으로 2호점을 낼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어찌 알고 포천 시내에 임대 문의가 뜬 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바로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보니 사장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여보세요.”
“네, 여보네요.”
“가게 좀 보고 싶어서요.”
“어느 가게요?”
“023호요.”
“아! 네 보실 수 있어요.”
“지금 가도 될까요?”
“네네, 오셔도 됩니다.”
“네, 지금 가겠습니다.”
머리를 집게핀으로 고정하고 옷은 원피스에 카디건만 걸치고 무작정 차를 끌고 시내로 향하였다. 때마침 부동산에 도착하니 사장님이 나와 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나는 차 문을 잠그며 사장님에게 다가가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아까 전화드렸던….”
“아, 안녕하세요.”
“네~”
“지금 가보시겠어요?”
“네.”
부동산 중개업자 분께서 10분쯤 차로 이동해야 한다길래 중개업자님의 차로 이동하여 가게에 도착했다. 사진과 실물을 비교하니 별다른 차이점을 못느꼈다. 나는 확장을 해서 넓게 쓰고 싶어 사장님께 옆집도 임대가 있는지 여쭈어 보았다.
“여기 말고 다른데 임대는 없나요?”
“옆집이 있어요. 이집보다 조금 넓어요.”
“아, 그래요? 같이 인테리어 해서 넓히려구요.”
“아, 그러세요?”
“네.”
“임대로요?”
“네.”
“음… 일단 상가 주인 분한테 여쭈어 봐야 해요. 여기 옆집하고 지금 계약하려는 곳 두 군데 다 상가주인이 같긴 하거든요. 제가 전화해서 여쭈어 볼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네.”
부동산 사장님께서는 잠시 전화를 하시러 자리를 비우셨고 한 참 전화 통화를 하신 후 내게 말씀 하셨다.
“상가 사장님께서 두 군데 다 매매로만 확장이 가능하다고요.”
“아, 그래요?”
“네. 어떻게 계약하시겠어요?”
“네 할게요. 매매로라도 해야죠.”
부동산으로 다시 돌아가 상가 주인분을 만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가계약금을 미리 지불한 뒤 며칠 있다가 계약금을 보내드린다고 말씀드리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엄마 아빠가 어디 갔다 왔냐며 물어보셔서 있는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그렇다고 매매를 해?”
“돈 벌어 놓은 것도 있는데 뭐.”
“통도 크셔.”
“도와주실 거죠?”
“몰라.”
“에이 엄마~~”
“내려 올 거면 도와 줄 거고.”
“내가 와서 하든 누가 와서 하든 도와주셔.”
“알았어.”
“그리고 여기 반찬가게 할 사람 알아보려고.”
“네가 와서 해.”
“아이, 서울에 지아가 할 수 있을 정도 되면 내려 올 게요.”
“알았다.”
나는 그렇게 2호점 인테리어를 포천 아시는 분께 부탁하고 인테리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울에 인테리어가 얼마나 됐는지 확인하러 가야해서 부모님께 2호점 인테리어 확인을 부탁드리고 나는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로 올라와 가게로 가기 전에 인테리어 업체 분들이 드실 음료와 간식을 사들고 내 가게로 향하였다. 가게에 도착하니 직원들이 가게를 지켜보고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구경하는 거 같았다. 음료와 간식들을 챙겨 차에서 내리면서 직원 분들에게 물어보았다.
“다들 왜 여기 와 있는 거에용?”
“오늘 처음 와 본거에요. 얼마나 됐는지.”
“아, 그래요.”
“네, 그래도 반 정도는 완성된 거 같아요.”
“그래요? 고생들 하셨네요. 사장님 여기 음료랑 간식 사왔어요.”
“아,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기존 가게와 옆 가게를 확장 인테리어 하니 꽤 널찍하니 좋았다. 주방과 카운터 그리고 판매 공간도 널찍했다.
“좋다.”
어느덧 모든 인테리어가 끝나고 다시 1호점 반찬가게가 영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몇 달 뒤 2호점 오픈을 이서네 친언니가 장사를 하시게 되면서 포천에도 장사가 잘된다고 하셨다. 다행이도 음식솜씨가 좋은 이진이 언니가 가게를 하시고 싶다는 말을 하셔서 임대계약을 2년간 먼저 하는 조건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중간 중간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장사가 잘되는지 물어보았다.
“언니 장사 잘돼요?”
“응. 조금씩 많이들 오셔.”
“잘 됐어요.”
“응. 입소문이 나서 그런가 맛있다고 많이 말씀해주셔.”
“언니도 언젠간 언니 이름으로 된 가게 하나 차리세요~”
“그럴 수 있을까?”
“당연하죠.”
“고마워 미미야.”
“다행이에요. 더 많아지면 택배주문 받는 것도 알려드릴게요.”
“고마워.”
3년이 지난 후 1호점은 지아가 임대계약을 하게 되었고 찬이는 새 직장으로 취업해서 그만두게 되었다. 나머지 직원 분들은 지아를 도와 같이 일하게 되었고 알바생들은 다시 채용하게 되었다. 나는 1년 전 가게를 떠나 의정부에서 다시 새롭게 반찬가게를 시작하게 되었다.
* 해당 글은 2025년 실로암점자도서관 독서문화프로그램 '힐링하는 글쓰기'의 교육생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