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파란시선 56권. 류성훈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자꾸만 어긋나는 믿음과 공허한 우주의 별자리 속에서도 인과의 법칙을 발견해 내려 했던 한 천문학자처럼, 시인은 자꾸만 멀어져 가는 존재들의 차가운 척력 속에서도 서로를 끌어당기는 어떤 구심력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듯하다. "척력만이 있어서" "감히 끌어당기지 못"했던 너와 나의 관계 사이에 "운세를" 보듯 인과의 실마리를 부여하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누군가의 뜻과 안배에 의해 삶이 이끌린다고 여기는 종교 혹은 신앙의 방식이라기보다는, 텅 빈 생의 발걸음 속에서 삶의 이유들을 채워 나가는 일이자 자신의 삶 속에서 스스로 "있음 직한 점괘를 만들어 가는 일"에 가까운 것 같다. 요컨대 그 이끌림의 운동과 가속 속에서 탄생한 여분의 무언가가 실제 너와 나의 관계를 움직인다고 믿는 것, 어떠한 실체에도 기대지 않은 채 스스로의 묵묵한 걸음으로만 공허한 삶의 궤적들을 채워 나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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