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다섯 명의 시각장애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단편소설을 엮은 연작소설집이다. 김숨은 역사적 사건에 연루된 실제 인물들의 삶과 내면을 소설로 기록하고 증언하는 데 오랫동안 몰두해 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987년 6월 항쟁 운동가와 목격자, 한국전쟁 생존자와 유족 들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듣고 소설을 쓰며 ‘역사와 개인’의 관계, ‘기록과 문학’의 접점을 새로이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런 김숨이 이번에 찾아가 귀 기울인 이들은 바로 시각장애인이다. 지금의 현대 사회는 점점 더 매끄러운 침묵으로 가득해지고 있다. 수많은 사회적 소통이 사람과 사물을 직접 대면하는 방식에서 터치스크린 속 영상이나 이미지로 빠르게 전환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지개 눈』은 이토록 매끄러운 침묵 앞에 좌절하면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체득해 살아가는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선천성 전맹인, 저시력에서 후천성 전맹이 된 시각장애인, 선천성 저시력, 전맹과 지체장애를 가진 중복장애인 등. 이들은 소설마다 한 명의 화자로 등장해 자신의 감정을 직접 말하거나 기억을 ‘보여 준다’. 소설은 화자의 기억과 감정에 따라 시, 희곡, 독백을 넘나드는 형식에 이어 점자, 볼드체, 기울임체 등의 효과로 그 감각을 생생히 전한다. 이토록 다채로운 형식의 이야기 조각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이 각각의 형식이야말로 이들이 느낀 가장 진실한 감정이자 순도 높은 기억 그 자체에 닿기 위해 김숨이 공들여 만든 ‘낯선’ 감각의 토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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