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파란시선 67권. 이태선 시집. 이태선의 시에는 슬픔의 명백한 기원이 존재한다. 이때 명백하다는 것은 기원의 사건성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것의 에너지가 부정할 수 없이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시점에 대폭발과 같은 기원이 있었고 그 후 슬픔의 우주는 무섭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는 어제의 슬픔으로부터 멀어지는 중이고 내일의 슬픔은 지금의 나로부터 멀어지는 중이다. 그렇게 우주를 가득 채운 슬픔의 파편들은 한시도 멈추지 않고 기원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런데 슬픔은 왜 멀어지면서 환하게 빛나는가? 멀어서 더 멀어지는 슬픔은 왜 지금-여기로 당겨와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가? 뒤를 돌아보면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이 있고 앞을 내다보면 도래할 슬픔이 있다. 그리고 그사이에 맹렬하게 우거지는 시간이 있다. 이태선의 <메이>는 이 텅 빈 채 무성한 시간, 불타면서 식어 가는 시간을 살아 내는 일에 대한 기록이다.
한줄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