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SF 소설을 읽는 사람이라면 “한국의 SF는 듀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1994년 하이텔에서 SF 소설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하여 2024년으로 데뷔한 지 꼭 30년이 되었으며, 『대리전』은 2024년에 집필 20주년을 맞았다. ‘부천’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을 배경 삼아 벌어지는 우주전쟁을 그린 『대리전』은 초광속 네트워크 ‘앤서블’을 통해 인간의 몸을 숙주 삼아 지구를 정복하려는 외계인들의 음모와 이에 맞서는 사람들의 기상천외한 전투를 보여준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장난감 총을 들고 난장판을 뚫고 달리는 ‘나’의 모습은 아이러니한 웃음을 자아내지만 소설은 순식간에 얼굴을 바꾸어 독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이내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되었다가, 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척 농담을 한다.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지닌 『대리전』은 시간이 흐르고 나면 다소 낡게 느껴질 수 있는 SF의 장르적 특성을 뛰어넘어 20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독자에게 세련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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