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에드워드 카의 말을 인용해 이경교의 시세계를 꿰뚫어 본 이병철 평론가의 말처럼, 이경교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에 의해 고통당한 ‘아무개’였던 아버지의 삶에 천착하여 들어가 그 속에 담긴 슬픔과 한(恨), 미망(未忘), 꿈 들을 한 편의 신화 같은 이야기로 그려낸다. 그리하여 이 시집은 크나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슬픈 무늬를 만들어 갔던 가장 약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헌사”(박형준 시인)로 읽힌다.신산한 삶들을 위무하는 이경교의 시는 한 맺힌 이의 원한을 풀어 주는 씻김굿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1925년에 태어나 1998년에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 ‘이우목’, 남편을 향한 그리움에 강물에 몸을 던진 ‘큰어머니’, 평생 울음으로 그을어 있었던 ‘곡비(哭婢) 여자’, 말더듬이였지만 구성진 상두가를 풀어내던 ‘더더쟁이 소리꾼’, 어릴 적 홍역을 앓고 말을 잃어버린 친구 ‘진로’, 한쪽 팔이 없지만 누구보다도 평화로운 세계를 노래했던 ‘외팔이 아저씨’…….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무명(無名)의 삶을 시인은 매혹적이고도 신비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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