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소개 글, 서평〉
이번 시집 『온전히 나일 수도 당신일 수도』에서도 그간 시인에게 고정되었던 인식의 틀을 스스로 벗어버리고 새로운 개성과 미학을 시적으로 형상화하려는 변신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행간에 녹아 있다. 시인은 삶의 근원적 고통을 “습관의 기술”로 움켜쥐고 스스로 그 혹독함 속으로 들어간다. 시집 곳곳에서 시인이 그리고 있는 과거와 현재의 일상은 비애로 가득하다. 시인에게 산다는 것은 “누구나 자기 몫의 어둠을 길들이는 일”이자 “슬픔의 모서리를 숨통처럼 둥글게/둥글게 깎아 내는 일”(「숨은 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주도 없이 곧장 게으른 심장에 꽂히던/엇박자로 시작되는 이율배반의 노래”(「모독」)처럼 모순으로 가득한 것이기도 하다. 급기야 화자들은 자아 부정과 파괴에 사로잡히기까지 한다. 단순히 현대인의 일탈된 내면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감당할 수 없는 매혹적 파장과 섬세한 무늬가 가득한 시집이다.
한줄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