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소개 글, 서평〉
박순원 시인은 ‘뉘엿뉘엿’ 시를 쓰고 ‘어리둥절’ 시를 쓴다. 그의 시는 기존의 말의 관습으로부터 자유롭다. “아무거나 써 놓고/시라고 우기는 정신/오직 그 정신만이/시를 만든다”고 선언한다(「시인의 말」). 다른 시인들이 시적(詩的)이라고 주장하는 대상과 의미에 몰두할 때, 그는 “아무거나”로 시를 “만든다”. 시 아닌 것을 써서 시의 외연을 확장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적 관심도 한곳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직장, 우주, 몸, 시사와 과학의 세계까지, 현실을 횡단하는 방랑의 기질로 삶의 안팎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다. 풍자와 유머가 번뜩이는가 하면 다사다난한 일상의 풍경과 고단한 생활의 표정이 시 속에 오롯이 살아 있다. 그는 세상이 “더 강력한 비유 향기로운 비유 상쾌한 비유 참신한 비유”를 요구하고 있음을 안다(「비누」). 그러나 그것은 삶과 시에 있어서 그가 걷는 길이 아니다. 그는 오직 “흰 빨래는 희게 빨고 검은 빨래 검게” 빠는 깊고 깊은 근원의 길만 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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