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소개 글, 서평〉
시인동네 시인선 134권. 1999년 「시안」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서하 시인의 시집. 서하 시인의 시적 화자는 세계와 조우하고 화합하면서 새로운 풍경으로서의 삶의 한 갈피를 그려낸다. “목쉰 나루터가 손나발로 일몰을/사무치게 부르는 이유 조금은 알 것 같다”고 고백하는 시인.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이 사라지고 나와 세계가 서로에게 접목되며 발생하는 이 서정적 은유는 곡진하며 그윽하다. 그렇기에 서하 시인에게 “알았다”는 곧 “앓았다”이다. 앎의 대상을 앓게 되는 존재. 시인은 이러한 통증과 징후를 거쳐 새로운 인식과 풍경에 다다른다. 해설을 쓴 진순애 평론가도 “서하의 시는 은유의 언어학으로써 사물의 존재성을 인간학적으로 특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하며, “사물의 인간학적 존재론에서 출발한 서하 시의 은유의 언어학이 풍자의 은유로 확장됨으로써 욕망주의를 비판하는 시의 동시대적 역할에 이르고 있다”고 평가한다. 서하 시인에게 은유는 감정과 정서에서 세상의 이치와 삶의 원리로 나아가는 통로인 셈이다. “짠한 것들은 왜 뒤로 오는지/앞이 될 수 없는 뒤가 새삼 만져질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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