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소개 글, 서평〉
2020년, 혁신적인 유전자 편집 도구 크리스퍼(유전자가위)를 발명한 과학자들이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50년간 이어진 놀라운 성과의 결과다. 크리스퍼 기술은 자연을 개조하는 인간의 완전히 새로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인류는 박테리아를 인슐린 공장으로 바꾸고, 바이러스를 이용해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를 식물에 삽입했다. 이제 인류는 스스로 인간의 DNA를 다시 쓰는 법을 알게 되었다. 신의 영역에 닿은 셈이다. 한때 인류는 진화에 속해 그 흐름에 따라갈 뿐이었으나, 어느새 진화를 정복했다. 진화생물학자이자 《뿔이 없는 소, 물지 않는 늑대》의 저자 베스 샤피로는 새로운 기술 자체가 놀랍기는 하지만, 진화의 궤적을 바꾸는 인간의 능력은 갑자기 얻은 힘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늑대를 개로 만들고 유전자 조작된 인바이로피그를 만들었듯이 인간은 오랫동안 주변 세상을 개조해왔다. 진화의 궤적을 다시 설정해온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껏 우리는 다소 거친 방법으로 진화의 궤적을 손봐왔지만, 이제는 보다 정교한 기술을 이용해 정확한 의도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런 힘이 필요하다. 앞으로 몇 세기 동안 살아남으려면 우리는 생명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자연을 개조하고 인간과 다른 종의 진화 과정을 재설정하는 능력은 바로 우리 인간이 지구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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